문재인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 - 경제

노동계 겨냥해 "좀 더 열린 마음으로 임해 달라" 주문
규제 기득권층엔 "시대 바뀌는데 옛날 가치 고집 말라"

민노총 "열린 마음은 우리가 정부에 하고 싶은 말" 반발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외교안보, 경제민생, 정치사회 등 각 분야에서 총 25개의 질문을 받았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외교안보, 경제민생, 정치사회 등 각 분야에서 총 25개의 질문을 받았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노동계와 규제 기득권층을 향해 쓴소리를 내뱉었다.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탄력근로제 확대 적용 등 노동정책 보완에 제동을 거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과 카풀(승차공유) 도입에 반대해 단체행동에 나서고 있는 택시업계 등을 겨냥한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생방송으로 공개된 자리에서 핵심 지지층에 쓴소리를 던진 것은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진다.

민주노총 등은 곧바로 논평을 내고 문 대통령을 향해 “대통령이 노동계에 주문한 열린 마음은 (거꾸로) 우리가 정부에 하고 싶은 말”이라며 정면으로 치받았다.

“노동조건 향상, 경제 영향 고려해야”

문 대통령은 회견에서 ‘노동계가 정부 노동정책에 대해 후퇴라며 반발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정부가 노동자들의 임금을 우선 올리고, 노동시간을 단축하고,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도록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을 노동계가 인정해줘야 한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노동자의 삶을 향상시키는 것도 우리 전체 경제가 함께 살아나는 과정에서 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노동자들의 임금이 올라가는 것은 그 자체로 좋은 일”이라면서도 “다른 경제 부문에 영향을 미쳐서 우리 경제가 어려워진다면 종국에는 노동자조차 일자리가 없어지고 고통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노동조건의 향상을 우리 사회가 얼마나 받아들일 수 있느냐,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를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노동계가 좀 더 열린 마음으로 대화에 임해달라”고 촉구했다.
"임금 올라 경제 어려워지면 일자리 줄어, 결국엔 노동자도 고통"

“규제혁신 반대는 과거시대 가치”

문 대통령은 규제혁신을 반대하는 기득권층도 비판했다. ‘기존 규제로 전통산업 분야 종사자들이 카르텔을 쳐서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나 혁신기업 종사자에게 장벽이 되고 있다’고 기자가 지적하자 문 대통령은 “규제 때문에 새로운 산업에 진출하거나 신기술을 제품화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이야기에 공감한다”고 했다. 이어 “규제혁신을 통해 길이 열리고 여러 가지 편리해지는 면이 있는 반면 규제로 지켜지던 가치는 풀어지면서 이해집단 간에 격렬한 이해상충이 있게 된다”며 “가장 대표적인 게 카풀을 통해 겪고 있는 사회적 갈등”이라고 소개했다.

문 대통령은 해법에 대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이해관계가 다른 분들을 설득해야 하지만, 생각이 다른 분들 간 일종의 사회적 타협이나 협의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규제혁신에 반대하는 분들이 지키고자 하는 가치가 있는데 이 가치가 말하자면 과거시대의 가치”라며 “4차 산업혁명 속에서 경제사회의 현실이 크게 바뀌고 있는데도 옛날의 가치가 그대로 고집되는 경우가 왕왕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옛날) 가치를 주장하는 분들도 이제는 바뀐 시대에 맞게 조금 더 열린 마음으로 상대와 대화하는 그런 유연한 마음을 가져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또 “규제가 풀리면서 입는 손해와 얻는 이익 간 사회적 합의를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노력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완곡한 표현을 써가며 규제 기득권층에 양보를 주문했지만 회견 전부터 준비한 작심 발언”이라고 했다.

민주노총 “문 대통령의 궁색한 변명”

문 대통령의 발언에 민주노총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 등 양대 노총은 즉각 논평을 내고 반발했다. 민주노총은 “열린 마음에 대한 주문은 오히려 정부 출범 직후 소득주도성장 정책 추진에 지지를 보내온 민주노총이 정부에 하고 싶었던 발언”이라며 “냉정히 평가하자면 (문 정부는) 노력은 기울였으나 정책 방향은 기울인 노력과 정반대로 가고 있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임금 인상이 경제에 주름살을 미쳐 노동자 고통으로 돌아온다’는 대통령 발언을 두고 “궁색한 변명”이라고 몰아붙였다. 또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 의지가 시작은 창대했으나 갈수록 미약해지고 있다”고 비난했다. 한국노총도 “정부의 정책 후퇴를 강하게 우려한다”고 밝혔다.

임도원/심은지 기자 van769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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