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가운데)이 9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고 있는 ‘CES 2019’에서 윤예선 배터리사업 대표(오른쪽), 노재석 소재사업 대표와 함께 자사의 전기자동차용 배터리셀을 살펴보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제공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가운데)이 9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고 있는 ‘CES 2019’에서 윤예선 배터리사업 대표(오른쪽), 노재석 소재사업 대표와 함께 자사의 전기자동차용 배터리셀을 살펴보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제공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과 임원진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 최대 전자쇼 ‘CES 2019’에서 전략회의를 하고 ‘사업모델 혁신 가속화’를 다짐했다. 글로벌 산업 트렌드가 인공지능(AI)과 모빌리티(이동수단)를 중심으로 변화하는 가운데 전통적 장치산업에 머물러서는 생존을 담보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 사장은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생산 규모를 현재 연간 4.7기가와트시(GWh)에서 2025년 100GWh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CES 능가하는 사업모델 혁신”

김 사장은 9일(현지시간) CES 행사장에서 윤예선 배터리사업 대표, 노재석 소재사업 대표, 이장원 배터리 연구소장 등 관련 임직원 14명을 소집했다. 김 사장이 현장에서 전략회의를 연 것은 CES 참가를 단순한 ‘경험 쌓기’가 아니라 구체적 혁신 방안을 찾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이 자리에서 김 사장은 “글로벌 경영 전쟁에서 이길 방법을 하루빨리 찾아야 한다”며 “CES를 통해 혁신의 속도를 확인한 만큼 이를 능가하는 사업모델 혁신을 이뤄내 성장하자”고 당부했다.

그는 “앞으로 글로벌 성장, 환경 이니셔티브, 기술 리더십을 주요 방향으로 잡고 사업모델 혁신을 가속화해야 한다”며 “글로벌 일류 기업이 되기 위해선 수익구조뿐만 아니라 모든 영역에서 일류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CES에 나온 모빌리티 관련 기술이 실현되려면 배터리가 가장 필요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우리가 생산하는 배터리가 들어간 차량을 이용하는 고객 관점에서 어떻게 하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은 앞으로 매년 CES에 참가해 혁신 속도를 높이는 계기로 삼는다는 방침이다.

배터리·소재 사업 집중 육성

SK이노베이션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주문한 근본적 혁신(딥체인지) 전략에 따라 정유, 석유화학 등 기존 사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동시에 배터리, 소재 등 신규 사업을 키우고 있다. 급증하는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물량을 맞추기 위해 충남 서산을 비롯해 중국, 헝가리 등에서 공장을 확장하는 것이 대표적 사례다.

김 사장은 이날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2025년까지 총 100억달러(약 11조원)를 투자해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 규모를 100GWh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배터리 생산설비 신·증설에 4조원가량을 투자한 만큼 향후 7조원 이상을 추가 투입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업계에선 그동안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생산 규모가 2022년께 55GWh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김 사장은 이 수치도 60GWh로 상향 조정했다.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핵심 소재인 분리막 소재 사업 확장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정유·석유화학 사업은 국제 유가에 큰 영향을 받지만 배터리·소재 사업은 안정적인 기업 가치 창출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라스베이거스=도병욱/박상익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