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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의 관점서 본 한·미 방위비 분담금

국가안보·국익 목표 아래
美의 진정한 욕구 파악
미국 여타 해외주둔 비용 등
자료 통해 논리로 설득해야
동맹 훼손 않고 인상 최소화 위해선 스스로 협상력 과소평가 말아야

한·미 방위비분담금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졌다. 방위비분담금이란 주한미군 기지 내 한국인 고용원 인건비, 시설건설비, 군수지원비 등 비용 중에서 한국이 분담하는 경비를 말한다. 지난달까지 10차례에 걸쳐 실무협상을 했지만 결국 해를 넘기고 말았다. 드러난 협상의 주요 쟁점은 분담금 총액과 기간이다. 분담금을 50% 올리고, 적용기간을 5년에서 1년으로 변경하자는 것이 주요 골자다. 한국 측 입장은 기간도 기간이지만 분담금 인상이 과다하다는 것이다.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국들의 안보 무임승차론’ 주장을 하면서 “미국은 더 이상 세계의 경찰 역할을 하지 않겠다”고 불만을 제기했다. 이 발언은 전 세계에 파병된 미군의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 협상 전략에 대해 원점 재검토하겠다는 의미다.

협상 실무 책임자는 속이 탈 수밖에 없다. 한·미 동맹관계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분담금 인상을 최소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10차례나 협상했기 때문에 어쩌면 실무선에서 풀 수 있는 것은 다했다고 봐야 한다. 이제 남은 것은 양측 대표의 정치적 결단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어선 곤란하다. 챙길 수 있는 협상의 실익이 있다면 놓쳐서는 안 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협상을 풀어가는 것이 좋을까?

첫째, 협상의 목표를 잊어선 안 된다. 우리의 목표는 국가안보와 국익일 것이다. 뻔한 말 같지만 협상에 몰입하다 보면 가끔 목표를 잊을 수 있다. 게다가 협상 쟁점이 많으면 서로 뒤엉켜 정작 지켜야 할 선을 넘는 경우가 있다. 이때 목표의 우선순위를 미리 설정해두면 도움이 된다. 그 이유는 본격 협상에서 상대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하기 위함이다.

정교한 협상을 위해서는 세 가지 카테고리를 설정해두면 의사 결정에 도움을 준다. 먼저 반드시 성취해야 할 목표, 중요하기는 하지만 결정적이지는 않아서 전략적으로 수정이 가능한 목표, 마지막으로는 ‘되면 좋지만 안 돼도’ 대세에 지장이 없는 목표다.

둘째, 상대의 진정한 이해관계 파악이다. 그들이 왜 그것을 요구하는지를 알아야 한다. 주의할 것은 요구와 욕구를 혼동해서는 안 된다. 진정한 욕구가 뭔지 파고들어야 한다. 분담금 인상이 과거 인상률이나 주둔국 부담 능력에 비추어 50% 인상 요구가 과연 적정한지 짚어봐야 한다. 인상 근거는 무엇인지, 진정한 50%인지 아니면 작전상 50%인지를 알아야 한다.

셋째, 논리와 근거 자료다. 미국 측 요구 밑에는 나름 타당성과 논리, 그리고 자료들이 있을 것이다. 일견 맞는 내용도 나올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의 논거에 휘둘리는 순간 협상의 주도권은 넘어간다. 주도권을 뺏긴 협상치고 잘된 협상은 없다. 상대 자료와 논리의 허점을 찾아내고 대응 논리를 세워야 한다. 미국의 해외 주둔지역은 한국 외에도 독일, 일본, 이탈리아, 쿠웨이트 등 무려 59개국이다. 다른 주둔 국가 정보와 자료를 통해 사실과 논리를 세운다면 당당하게 대응할 수 있다. 사실에 입각한 근거 자료와 논리는 서양인을 상대로 협상할 때 반드시 장착해야 할 무기다.

넷째, 협상력이다. 협상력을 좌우하는 요소는 시간, 대안, 지위 등 매우 많지만 이 협상에서는 상호 의존성이 크게 좌우한다. 상호 의존성이란 ‘누가 더 상대를 필요로 하느냐’다. 한국에 주한미군은 절대적이다. 이렇게 보면 한국의 협상력은 상대적으로 열세라고 볼 수도 있다. 한·미동맹의 틀을 깨서는 안 되기 때문에 상대 요구를 웬만하면 수용하게 된다.

하지만 협상력이 열세에 있다고 해서 모든 것을 다 내줘도 된다는 말은 아니다. 협상에는 ‘자신의 협상력을 절대 과소평가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상대가 협상 테이블에 앉아 있다는 것은 상대도 뭔가 필요로 하는 것이 있다는 얘기다.

방위비분담금은 대한민국 국민의 소중한 세금이다.

튼튼한 한·미동맹의 틀은 유지하되 미국의 니즈와 대외적인 명분을 세워주되 동시에 한국의 국익도 챙기는 치밀한 협상이 요구된다.

이태석 IGM 세계경영연구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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