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벌기 힘든 세상이다. 국내외 경기 둔화로 기업들의 실적이 부진해지면서 직장인들의 월급 봉투도 얇아질 위기다. 자영업자들은 경기 둔화, 최저임금 상승 등으로 생존경쟁을 벌이고 있다. 자산시장도 녹록치 않다. 잘 나가던 부동산 시장은 꺾였고, 주식시장도 하락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자영업자에게도 샐러리맨에게도 똘똘한 재테크가 필요한 시점이다. '한경닷컴'이 여러가지 방법으로 투자에 성공한 사람들을 만나 어떻게 돈(쩐)을 벌었는지 들어본다. [편집자주]

(5) "알고리즘 투자…가상화폐 변동성에 건다" 함정수 코봇랩스 대표
한경닷컴과 인터뷰한 함정수 코봇랩스 대표. / 사진=최혁 기자

한경닷컴과 인터뷰한 함정수 코봇랩스 대표. / 사진=최혁 기자

작년 이맘때다. 가상화폐(암호화폐) 열풍은 무척 거셌다. 비트코인 가격이 2500만원까지 치솟았다. 그게 꼭지였다. 1년이 흐른 지금 시장은 싸늘하게 식었다. 비트코인은 하락세를 거듭한 끝에 9일 기준 450만원까지 내려빠졌다. 무려 5분의 1토막이 났다. 무리하게 비트코인에 투자했다가 전재산을 날렸다는 사람도 적지 않다.

하지만 폭락장에도 비트코인 투자로 돈을 번 이들은 있었다. 함정수 코봇랩스 대표(24·사진)는 “암호화폐 거래소 간, 선물·현물시장 간 시세차익 거래를 하는 알고리즘봇으로 고객들이 지난해 수익률 55%를 냈다”고 말했다. 채 40명이 안 되는 소수정예 고객들의 암호화폐 시장 투자금을 운용한 코봇랩스의 트레이딩 알고리즘봇은 약 300억원(2018년 1월 기준)을 굴렸다.

◆ 봇으로 변동성 생기는 '찰나의 차익' 공략

원리 자체는 간단하다. 암호화폐 변동성에 초점을 맞춰 비트코인을 사고파는 알고리즘을 짰다. 비트코인 시세는 전세계에서 완벽히 동시에 움직이진 않는다. 가령 해외 A거래소에서 가격이 오를 경우 국내 B거래소에선 약간의 시간차를 두고 따라 움직인다. 그러면 알고리즘봇은 아직 오르기 전인 B거래소에서 비트코인을 산 뒤 A거래소에서 판다. 아주 짧은 시간이지만 봇이기에 가능하다. 이러한 초단타의 반복으로 수익을 내는 구조다.

“글로벌 시장과 특정 국가간 암호화폐 시세차익은 항상 존재해요. 순간적으로 타이밍 차이가 나니까요. 먼저 움직인 거래소의 가격을 후발 거래소가 따라간다고 가정하고 봇의 매매 알고리즘을 거기에 맞춰 설정합니다.”

봇 운영에는 “모두가 추종 거래할 수 있는 차익은 노리지 않는다”는 나름의 원칙을 세웠다. 이를테면 누구나 시세차익 거래를 생각하는 ‘김치 프리미엄(국내 암호화폐 시세가 해외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현상)’은 관심사가 아니란 뜻이다. 금방 파이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코봇랩스 봇은 한 번 거래할 때 얻는 수익은 작은 대신 사람이 따라올 수 없는 거래 체결속도로 횟수를 늘려 수익률을 높인다. 24시간 365일 트레이딩을 통해 일종의 ‘박리다매’를 노리는 것이다.

사진=최혁 기자

사진=최혁 기자

함 대표는 이를 ‘통계적 시세차익 거래’로 풀이했다. 봇은 인공지능 머신러닝(기계학습)을 통해 다듬어진다. 알고리즘 방정식이 정확할수록, 투입된 빅데이터의 양과 질이 좋을수록 봇의 정확도가 높아진다. ‘통계적’이란 수식어를 붙인 이유다.

나아가 ‘변동성 거래’라 불렀다. 그는 “알고리즘봇은 사람과 달리 수수료 제하고 차익이 난다 해서 곧바로 매매하지 않는다. 데이터를 토대로 종전의 유사한 상황을 참조하고 여러 변수와의 상관성을 종합 판단해 거래한다”며 “말하자면 봇은 매우 기억력 좋고 빠른 트레이더다. 단순 시세차익 거래를 넘어 변동성이 클 때 거래하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따라서 비트코인 가격이 오르내리는 것과 별개로 수익을 낼 수 있었다. ‘변동성의 폭’이 관건이란 얘기다. 상승장이건 하락장이건 시세차익을 내는 반면 횡보장일 땐 수익률이 제로(0)에 가깝다. 봇의 매수·매도 구간 값을 설정하고 변동성이 구간 밖 아래위로 튀어나올 때 차익을 내는 알고리즘 때문이다.

◆ 리스크 최소화하고도 年수익률 40~120%

기존 증권사들 알고리즘 트레이딩봇과의 차별화 요소는 데이터다. 5년간 쌓은 암호화폐 시장 데이터 학습으로 알고리즘을 맞춤형으로 정교화했다. 주식시장 데이터와는 차이가 커 봇의 작동 메커니즘도 완전히 다르다. 일례로 암호화폐 시장엔 ‘서킷브레이커(주가지수 상하 변동폭이 10%를 넘는 상태가 1분간 지속될 때 매매 거래를 중단시키는 제도)’가 없다. 따라서 주식시장 데이터엔 원천적으로 나올 수 없는 변동폭이 암호화폐 시장 데이터에는 수시로 기록됐다.

사람이 따라하기도 어렵다. 봇처럼 하려면 화면창을 8개씩 켜놓고 동시에 확인하면서 매우 빠르게 차익 거래해야 한다. 물리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읽어내는 변수 자체가 다르다. 훈련된 봇은 비트코인만 보는 게 아니라 과거 데이터에서 이더리움 가격변동과의 상관성까지 체크한다.

사실 함 대표는 트레이딩 알고리즘봇을 이용하던 고객 중 한 사람이었다. 출발은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 공동창업주였던 왕건일 대표가 2014년 설립한 코봇컴퍼니. 자동거래봇 서비스를 써본 함 대표는 코봇컴퍼니의 기술력에 확신을 가졌다. 비트코인 개수 증가를 봇 트레이딩의 핵심 미션으로 설정할 수 있는데, 함 대표가 투자한 비트코인 5.8개는 1년새 8.5개로 불어났다.

5년간 고객들의 평균 수익률 역시 연 40~120% 수준을 유지했다. 리스크를 줄인 시세차익 거래 알고리즘의 효과였다. 물론 수익성을 보다 중시하는 알고리즘 채택도 가능하다. 단 원화 가치 환산은 고려하지 않고 순수하게 비트코인 개수를 늘리는 방식이라 상대적으로 리스크도 높다. 비트코인 시세가 폭등한 2017년에는 수익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반면, 시세가 폭락한 2018년엔 비트코인 개수는 늘었으나 원화로 환산하면 도리어 마이너스가 되는 식이다.

안정적 수익률을 체감한 데다 수치로 검증된 기술력까지 확인한 함 대표는 사업 확장을 검토하던 왕 대표(현재 홍콩법인 대표)와 의기투합해 작년 코봇랩스 법인을 설립했다. 기존 알고리즘 트레이딩에 블록체인의 스마트계약 기능을 활용해 수수료를 자동 지급하고 거래내역도 암호화된 방식으로 저장했다.

“이건 되겠다 싶더군요. 비트코인 가격은 10% 정도 오르내리는 건 쳐주지도 않잖아요. 기존 시장에선 상상도 할 수 없는 변동성인데 말이죠. 자, 그러면 변동성이 이렇게 큰데 주식시장처럼 서킷브레이커가 발동하나요? 아니거든요. 결국 정부가 개입하고 산업이 안정화될 때까지 적어도 향후 5~10년 동안 변동성 거래가 답이란 결론이 나옵니다.”
사진=최혁 기자

사진=최혁 기자

◆ "개미들 알고리즘트레이딩 대중화가 목표"

그는 우수 기술력의 트레이딩 알고리즘봇이 대중화되면 개인투자자들이 암호화폐 시장을 주무르는 고래(거물)들에 맞설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고래가 거래량을 부풀리기 위한 자전거래를 할 경우 봇이 속도에서 앞질러 먼저 거래를 체결해 밀어내는 식이다.

그 얘길 하는 눈빛이 20대 청년답게 반짝였다. “이런 식으로 말해도 될지 모르겠지만”이라 말문을 뗀 함 대표는 사업을 벌인 동기를 “고래들 장난질 방해하는 재미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그래, 피라미드 맨 꼭대기에선 자본력이 이길 수밖에 없겠지만 개미들 무조건 얕잡아보진 마라, 기술력으로 개미들도 붙어볼 수 있게 해보자, 그런 마음이 컸다”고 부연했다.

청심국제고를 졸업하고 미국 보스턴대 경영학과에 진학한 그는 현재 휴학생 신분이다. 미 중앙은행(Fed)에서 비트코인의 화폐시스템 편입을 연구한 마크 윌리엄스 교수가 지도교수였다. 윌리엄스 교수는 4차 산업혁명의 여러 신기술에 관심 많은 제자에게 암호화폐 공부를 권했다. 수업 과제가 비트코인 채굴이었을 정도다. 보스턴대와 인근 MIT(매사추세츠공대) 학생들이 참여하는 학회인 핀테크클럽에 가입한 것도 지도교수 권유에 따라서였다. 보스턴대생 함정수가 자연스레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에 확 꽂힌 계기가 됐다.

“학부생 조교를 하면 월 800달러(약 90만원) 정도 줬어요. 그 돈으로 암호화폐를 사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투자를 잘하는구나’ 착각했어요. 2016년쯤이었으니 사실 사두면 전부 오르던 시기였는데 말이죠(웃음). 그때부터 저는 비트코인 투자로 수익이 나면 무조건 일정 비율을 현금화하는 습관이 있었습니다.”

투자를 하면서 몇몇 고래가 시장을 갖고 노는 걸 목격한 그는 방학 때 한국에 들어와 암호화폐 컨설팅회사를 창업했다. 고교 동문인 같은 회사의 송준 이사와 함께 암호화폐 99%가 사라진다는 메시지를 담은 책 〈라스트 코인〉을 쓰기도 했다. 함 대표에겐 트레이딩 알고리즘봇 대중화 노력 역시 같은 맥락이다. 변동성과 리스크가 크며 고래들이 갖고 놀기 십상인 암호화폐 시장에서 개미들의 세련되고 합리적인 투자를 이끌어내는 시도란 점에서 그렇다.

그는 “암호화폐 전체 시가총액이 애플 한 기업의 시총에도 못 미친다. 그만큼 소수 고래들이 좌지우지하는 장인데 기존 주식시장 마인드 그대로 짜인 판에 들어오면 돈을 잃을 수밖에 없다”며 “투자심리부터 바꿔야 한다. 자본력이 아닌 기술력 위주로 태도를 전환하자는 것”이라고 당부했다. “모두가 잃을 때 버는 사람은 그런 케이스”라고도 했다.
사진=최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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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암호화폐 프로젝트 투자? '인적 조사'부터

암호화폐 프로젝트 투자는 진입장벽이 낮은 만큼 투자자들이 기본부터 챙겨야 한다고 조언했다.

함 대표 스스로 블록체인·암호화폐 프로젝트에 투자할 때 ‘인적 조사’를 가장 중시한다. 우선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다. 주로 링크드인을 본다. 프로젝트 팀원들이 어떤 사업이나 학업을 했는지 확인하는 용도다. 그 다음에 암호화폐 프로젝트의 비즈니스모델과 사업계획이 담긴 백서를 읽는다. 그러면 백서 기재 내용의 실현성 여부를 어느정도 걸러낼 수 있다는 것이다.

누가 해당 프로젝트에 투자했는지를 판단 기준 삼아선 안 된다는 경고도 곁들였다. 그는 “의외의 변수가 많다. 실은 인맥이나 반대급부 때문에 투자했을 수도 있는데 투자 사실만 보고 사업성과 연결 짓는 건 곤란하다”고 짚었다.

그것보다는 프로젝트와의 직접 커뮤니케이션 시도가 더 효율적이라며 추천했다. 그는 “답변을 복사해 붙여넣기 하는지 확인해보려고 다른 이름으로 이메일 3개를 보내본 적까지 있다. 프로젝트의 답변 내용 등 소통방식만 봐도 웬만큼 판단이 선다”면서 “이정도 검증도 해보지 않고 돈 벌려 한다면 투자가 아니라 운에 맡기자는 얘기”라고 강조했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사진=최혁 한경닷컴 기자 choko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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