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세계 최대 전자쇼 ‘CES 2019’ 개막을 하루 앞두고 다양한 미래 기술을 앞다퉈 선보였다. 올해는 ‘인간 중심’의 자율주행, 인공지능(AI), 로봇 등이 핵심 키워드로 떠올랐다.

현대자동차는 7일(현지시간) CES 2019가 열리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걸어 다니는 차 ‘엘리베이트(elevate) 콘셉트카’를 처음 공개했다. 바퀴 달린 로봇 다리를 이용해 기존 이동 수단이 접근할 수 없었던 위험한 지형도 걸어서 이동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이뿐만 아니라 시속 5㎞로 1.5m 높이의 벽을 수평으로 지나갈 수 있다. 로봇 다리를 접으면 일반 차처럼 달린다.

현대차는 엘리베이트 콘셉트카가 사고 지역 구조 및 수색 작업, 교통 약자 이동편의 증진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술 발전으로 이동의 자유를 제약하는 ‘물리적인 벽’을 허무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개발을 맡은 존 서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센터 현대 크래들 상무는 “로봇 다리는 생명을 살리는 열쇠가 될지 모른다”며 “차의 한계를 넘어 미래 모빌리티(이동수단)에 큰 반향을 일으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아차 역시 인간 중심의 기술인 ‘R. E. A. D. 시스템’을 발표했다. 차가 운전자의 감정과 신체 상태를 인식해 실내 공간을 최적화한다. 상황에 맞는 음악을 틀거나 조명, 온도, 향기 등을 알아서 맞춰준다. 회사 측은 자율주행을 넘어 한 단계 나아간 ‘감성주행’ 단계로 접어들겠다는 목표다.

일본 닛산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없애는 첨단 안전 기술을 내놨다. 이번 CES에서 공개한 ‘Invisible to Visible (I2V)’은 차 내외부에 장착된 센서와 클라우드를 결합했다. 이를 토대로 도로 상황을 예측하고 가려진 코너 구간, 건물 뒤편까지 보여준다. 아바타와 대화를 나눌 수도 있다.

우에다 테츠로 닛산 종합연구소 수석 책임은 “보이지 않는 것을 시각화함으로써 운전을 즐길 수 있다”며 “I2V는 개개인의 흥미나 운전 방식에 맞는 특별한 체험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독일 아우디의 경우 월트디즈니와 함께 가상현실(VR)을 접목한 새로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공개한다. BMW는 가상 자율주행 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을 전시부스에 갖출 예정이다.
기아자동차의 세계 최대 전자쇼 ‘CES 2019’ 전시 공간(부스) /사진=기아차
기아자동차의 세계 최대 전자쇼 ‘CES 2019’ 전시 공간(부스) /사진=기아차
글로벌 부품업체 참여도 뜨겁다. 콘티넨탈은 정체를 최소화하기 위해 스스로 신호를 조절하고 사고를 미연에 예방하는 통합 지능형 교차로를 소개한다.

현대모비스는 운전자의 손짓을 인식하는 ‘가상공간 터치기술’과 차와 운전자 간 소통으로 감정상태를 공유할 수 있는 기술을 선보인다. 장재호 현대모비스 전기전자 연구소장(전무)은 “자율주행 시 탑승객 편의성을 높이는 혁신적인 기술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CES는 이제 또 다른 모터쇼가 되어가고 있다”면서 “자율주행 등 미래차 기술 선점을 위한 완성차 업체들의 경쟁이 치열하다”고 분석했다.

박상재 한경닷컴 기자 sangjae@hankyung.com
영상=현대차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