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 노조원들이 총파업을 하루 앞둔 7일 유인물을 들고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본사로 들어가고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국민은행 노조원들이 총파업을 하루 앞둔 7일 유인물을 들고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본사로 들어가고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국민은행 노사가 19년 만의 총파업을 하루 앞둔 7일 막판 협상에 들어갔다. 주말 동안 마라톤 협상에도 진척이 없자 허인 국민은행장과 박홍배 노조위원장 등 노사 대표가 이날 오후 3시부터 최종 협상을 시작했다. 하지만 이날 오후 4시까지도 진척 소식이 들려오지 않으면서 총파업이 강행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허 행장은 이 때문에 오후 4시께 “파업이라는 파국의 길을 걷는다면 고객의 실망과 그에 따른 사회적 파장은 상상 이상의 고통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내용의 호소문을 발표했다.

사측 대폭 양보에도 합의 불발

허 행장과 박 위원장은 지난 6일 오후 7시부터 이날 새벽 4시까지 밤샘 협상을 벌였다. 이어 오전 11시30분부터 다시 협상에 나섰다. 국민은행 경영진은 주요 쟁점에서 상당 폭 양보하는 방안을 노조 측에 제시했다고 국민은행 관계자는 전했다.

국민銀 노사 막판 협상…파업 철회는 불투명
핵심 쟁점인 성과급 규모와 관련, 허 행장은 다른 시중은행의 지급 수준을 고려해 200%를 주겠다는 기존의 제안을 수정해 250%의 보로금 지급을 약속했다. 여기에 PC오프제 시행으로 누락된 시간외 수당 명목으로 직원당 50시간을 인정하기로 했다. 이를 합치면 300%가 된다는 것이 사측의 설명이다. 허 행장은 페이밴드(직급 승진을 못할 경우 임금 인상 제한) 확대 방안도 철회했다. 그는 “노조와 앞으로 시간을 두고 논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경영진은 또 창구직원 등 사무직군(L0)에 대해서도 5.2% 임금 인상이 필요하다는 노조의 요구를 받아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허 행장은 “L0 직원에 대한 대우 개선도 전향적 논의를 지속하겠다”고 했다. 허 행장은 하지만 임금피크제 진입 연령에 대해선 “KB의 미래를 위해 합리적 개선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며 노조 측 요구를 사실상 거부했다. 임금피크제 진입 연령에 대해 국민은행 노조는 직급에 관계없이 1년을 일률적으로 늦추자고 주장하는 반면, 사측은 부장(지점장)과 팀장·팀원급으로 이원화해 적용하자고 맞서고 있다. 허 행장은 “지금의 갈등이 파업을 통해 풀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노조를 비판했다.

노조, 밤샘 집회 준비

국민은행 노사는 임금피크제 진입 연령에 대한 합의 여부가 파업을 결정 짓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오후 3시부터 밤늦게까지 진행될 최종 협상에서 양측이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하면 협상이 결렬되고, 노조는 총파업을 강행한다는 방침이다.

노조는 이날 오후 9시부터 8일 오후 3시까지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 1만여 명의 노조원을 모아 1박2일에 걸친 총파업에 들어가기로 예고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노조가 이번 파업을 위해 130여 대의 전세버스를 동원하는 등 1만여 명에 달하는 노조원 참여를 자신하고 있다”며 “노조 집행부가 유튜브와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수도권뿐 아니라 충청권, 강원권 등의 노조원도 참여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영진 18명으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고객 불편을 줄일 대책을 마련했다. 국민은행은 파업에 따른 고객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신규 전세대출 등의 업무를 하루 앞당겨 처리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본부 인력을 영업점에 파견하는 한편 파업에 참여하지 않는 직원들은 당일 평소보다 1시간 일찍 출근해 고객 응대에 차질이 없도록 하고 휴가도 자제할 것을 당부하기로 했다. 비대면 채널과 현금자동입출금기(ATM)는 정상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아직 파업이 벌어지지 않았지만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파업이 일어나면 조사역을 국민은행에 즉각 파견해 소비자 보호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순신/강경민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