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원 줄테니 ㅇㅇ편의점으로 간판 바꿔 다세요"
편의점 이마트24는 최근 점포개발 담당 조직을 확대했다. 개발 부서를 1·2부로 나눴고, 전략과 지원 업무를 별도로 담당하는 임원급 자리도 신설했다. 근접 출점 규제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담으로 신규 출점이 갈수록 어려워지자 다른 편의점 점주를 공략하기 위해 조직을 개편한 것이다. CU GS25 세븐일레븐 등 가운데 5년 계약 기간이 끝나는 점주들이 공략 대상이다. 이마트24 관계자는 “2014년부터 편의점이 급증했기 때문에 올해부터 5년 계약을 새로 갱신해야 할 곳이 많다”며 “편의점 본사 간 이들 FA(자유계약점주)를 잡기 위한 전쟁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1억원 줄테니 ㅇㅇ편의점으로 간판 바꿔 다세요"
브랜드 바꾸면 지원금

올해 편의점 시장에 FA ‘큰 장’이 열린다. 본사와 맺은 5년 가맹계약이 종료되는 점포가 쏟아져 나오기 때문이다.

국내 편의점은 2014년부터 급증했다. 한국편의점산업협회에 따르면 2013년 300개에 불과했던 국내 편의점 순증 규모는 2014년 1161개로 3배 가까이 뛰었다. 그해 1973곳의 편의점이 새로 문을 열었고 812곳이 닫았다. 편의점 업계에선 1973곳 중 ‘점주 임차형’ 매장을 주목한다. 점주 임차형은 점주가 건물주와 임차 계약을 맺는다. 본사와 맺는 가맹계약 기간은 5년이다. 2014년 계약했으면 올해 계약이 만료된다. 점주 임차형이 전체 편의점의 절반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올해만 약 1000개 편의점의 재계약 시점이 돌아온다.

1000개 점포 점주 중 장사가 잘되는 곳의 프리미엄은 최고 1억원에 달한다. 프로야구 자유계약 선수(FA)처럼 계약 만료 전 시즌에 성적이 좋으면 조건도 좋아진다.

편의점업계에선 직전 연도의 하루 평균 매출 200만원, 마진율 25% 이상을 ‘대어(大魚)’로 친다. 매출이 많아도 마진이 적은 담배 판매가 많으면 대어에 끼지 못한다. 반면 하루 매출이 200만원에 다소 못 미쳐도 도시락, 물, 커피 등 마진율이 높은 상품을 많이 판매하는 점주들은 ‘영입 1순위’가 된다.

이 범주에 들어가면 각 편의점 본사는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우선 일시금으로 제시하는 현금이 있다. 일종의 ‘권리금’이다. 서울 신촌에서 편의점을 운영 중인 한 편의점주는 “브랜드를 바꾸면 일시금으로 4000만원 이상을 주겠다는 제안을 받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점주는 “1억원을 주겠다는 제안을 받은 점주도 있다”고 전했다. 영업 지원금이란 명목으로 다달이 현금도 받을 수 있다. 적게는 수십만원부터 수백만원까지 지원금 규모는 다양하다. 수익 배분 방식도 기존 조건보다 유리하게 할 수 있다. 한 편의점 본사는 “평균적으로 수익의 약 70%가 점주 몫인데, ‘알짜 점포’는 재계약 시 이 비율을 90%로 높이는 일도 있다”고 말했다.

신규 출점 점점 어려울 듯

편의점 시장의 FA 유치 경쟁은 신규점 출점이 어려워진 데서 비롯됐다. 2017년까지만 해도 편의점 본사는 FA 점포 유치보다 신규 출점을 선호했다. 굳이 큰돈 들여 기존 점주를 유치하는 것보다 잘되는 편의점 인근에 새로 편의점을 하나 더 여는 게 손쉬웠다.

분위기는 작년부터 반전했다. ‘편의점 옆 편의점’이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면서다. 점주들이 들고 일어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고 정치권도 이를 비판했다. 작년 말 편의점 본사들이 근접 출점을 스스로 자제하는 ‘자율 규제안’을 발표한 배경이다. 편의점 본사들은 담배 소매점 간 제한 거리(100m) 이내에는 브랜드가 달라도 편의점을 열지 않기로 약속했다.

최저임금 인상도 영향을 미쳤다. 인건비 증가로 점주들의 수익이 크게 감소하자 편의점 시장에 새로 진입하는 점주가 크게 줄었다. 업계 1위 CU는 작년 순증 점포 수가 666개로, 전년(1636개)의 3분의 1 수준에 그쳤다.

신규 출점 감소는 기존 편의점의 기득권을 강화한다. 기존에 목 좋은 곳을 선점한 편의점 점주는 FA 시장에 나가기 이전부터 본사들이 접촉해올 정도다. 최근 매물로 나온 미니스톱의 몸값이 뛴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