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경기 용인에 있는 고영테크놀러지 연구개발센터를 찾았다. 고광일 대표가 처음 안내한 곳은 뇌수술 로봇이 있는 방이었다. 그는 “검사장비의 기초가 되는 로봇기술과 3차원 센서기술을 기반으로 뇌의 어느 곳을 뚫어야 하는지 정확히 짚어내는 게 기술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 로봇은 28건의 임상을 마쳤다. 올해 안에 국내 판매를 시작하고, 미국에선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뒤 내년부터 판매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11월 미국의 주요 의과대학 교수들을 모아놓고 제품 설명회를 열었다. 고 대표는 반응이 무척 좋았다고 했다.
내년 뇌수술 로봇 美 수출…"세계 7곳 AI연구소로 미래 준비"
고 대표가 소개한 또 다른 미래 기술은 투명하게 도포한 코팅제의 두께를 재는 장비다. 남들이 모두 불가능할 것으로 여기던 제품이다. 무색 투명한 코팅제의 도포 검사는 그동안 사람 시력에 의존했지만 이를 3차원 검사기법을 활용해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게 했다. 이들 제품은 모두 ‘3차원 측정기법’과 ‘로봇’이라는 이 회사의 핵심 역량을 활용한 것이다.

고 대표가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미래 투자는 이 같은 로봇기술에 결합할 인공지능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다. 고 대표는 “4차 산업혁명에서 가장 중요한 기술은 인공지능(AI)”이라고 했다. 3차원 검사장비도 그 자체로 끝나는 게 아니라 여기에 인공지능이 결합돼 스마트공장 솔루션으로 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 대표는 5년 전부터 AI 인력을 찾아 나섰다. 현재 미국 2곳(뉴욕주립대 빙엄턴캠퍼스와 샌디에이고)과 한국(KAIST) 등 3곳에 인공지능연구소를 두고 있다. 이들 연구소 중 샌디에이고는 2016년 출범 당시만 해도 연구원이 서너 명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약 20명으로 늘었다.

고 대표는 “인공지능연구소를 가급적 연내에 3~4곳 추가로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검토하고 있는 지역은 캐나다 밴쿠버와 미국(노스캐롤라이나, 애틀랜타), 동유럽이다. 고 대표는 “실리콘밸리나 런던 등 인공지능 중심지에선 글로벌 대기업이 양질의 인력을 싹쓸이하고 있다”며 “우리는 이들 지역을 피해 우수 인력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렇게 세계 곳곳에 AI 연구소를 내는 이유도 설명했다. “지역마다 AI 기반 기술이 다르다. 수학, 공학 등 강한 부문이 다르기 때문에 삼성도 여러 지역에 연구소를 내는 것”이라고 했다.

앞으로 회사를 어느 정도로 키우고 싶으냐고 묻자 고 대표는 “우리도 1조원 한 번 가보려고요”라고 답했다. 이를 위한 연구개발 전략도 밝혔다.

지금 당장의 먹거리에 36%, 중기(2~5년 뒤)에 45%, 장기 먹거리(7~10년 뒤) 개발에 19% 정도를 투자한다는 얘기였다. 그는 “10년 뒤를 내다보고 연구개발을 한 게 벌써 10년 정도 됐다”며 “그 결과는 새로운 사업으로 줄줄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김낙훈 중소기업전문기자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