넛지 이론 대가 "트럼프 변덕 탓에 무역전쟁 예측 불가"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을 ‘넛지(부드러운 개입) 이론’으로 설명하려면 트럼프를 빼고 얘기해야 한다.”

넛지 이론으로 2017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리처드 세일러 시카고대 경영학과 교수(사진)가 던진 쓴소리다. 즉흥적이고 예측하기 힘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전쟁이 어디로 튈지 모르게 하는 요인이라는 의미다.

세일러 교수는 5일(현지시간) 미국 애틀랜타에서 열린 미국경제학회 ‘노벨상 수상자와의 점심’ 세션이 끝난 뒤 ‘미·중 무역전쟁을 행동경제학으로 설명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트럼프를 (변수에서) 제거해야 한다”고 답했다. 구체적인 설명을 요청받자 “일반적으로 상황 설명은 이성적일 때 가능한데, 이건 이성적 상황이 아니다”며 “넛지로 설명하려면 우리 대통령(트럼프)을 빼고 얘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세일러 교수는 이날 강연에서도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에 대해 뼈 있는 농담을 했다. 그는 “영국 정부가 넛지팀을 (내각에) 만들었는데, 결정적인 실수를 한 게 있다”며 “브렉시트 결정을 할 때 어떻게 할지 나한테 물어보지 않았다는 점”이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국민투표를 할 때) ‘떠날 거냐, 남을 거냐’고 물은 것도 실수였다”며 “결혼 생활을 오래 한 부부에게 이렇게 물어보면 어떤 답이 나오겠느냐”고 말해 좌중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세일러 교수는 인간의 비이성적 측면을 경제분석에 도입한 행동경제학의 대가다. 행동경제학을 개척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7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다. 그는 행동경제학을 쉽게 소개한 《넛지(nudge)》로 세계적 베스트셀러 작가의 반열에 오르기도 했다. 넛지는 ‘팔꿈치로 슬쩍 찌른다’는 의미다. 그는 강연이나 인터뷰 때도 재치있는 말로 현실을 설명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애틀랜타=주용석/김현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