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순자산 상위 40% 이내(평균 순자산 약 3억3000만원)의 가구만 은퇴 후 최소생활비(월 184만원)를 마련할 수 있다는 조사가 나왔다.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는 4일 연령별 은퇴준비 상황을 이 같은 내용으로 분석한 ‘2018 KB골든라이프보고서’를 발간했다. 수도권과 6대 광역시에 거주하는 20세 이상 74세 이하의 금융 의사결정자(가구주 등) 3000명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다.

이번 조사에서 자산 상위가구(40~59세 기준)는 3억3028만~6억80만원, 중위가구는 1억5841만~2억8905만원, 하위가구는 3606만~1억3112만원으로 구분했다. 자산 상위그룹은 국민연금을 포함한 연금 수익이 높고 금융자산 및 부동산자산을 통한 소득창출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자산 하위그룹은 은퇴 후에도 지속적인 근로활동을 통해 월 45만원가량의 추가소득을 충족해야만 기본적인 생활여건을 만족시킬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은퇴 후 연금 수령액이 적고 부동산 자산을 통한 추가소득이 거의 발생하지 않아서다.

연령대별로는 가구 자산이 40대 초반에 고점을 찍은 후 목돈 지출이 많아지는 50대 초반까지 감소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대체로 60세 전후까지는 다시 자산이 증가하는 양상을 나타냈다. 하지만 자산 하위가구는 순자산이 가장 많아지는 40대에도 평균 순자산이 약 9800만원에 불과했고 이후에는 이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

은퇴 준비를 시작하는 연령은 평균 44세로 조사됐다. 다만 노후 대비를 위해 은퇴 이전부터 체계적인 대비를 하는 사람은 소수에 그쳤다. 50대까지 노후 준비를 시작하지 못한 가구주는 53.7%, 은퇴가 시작된 60대와 70대 가구주 중 노후 준비가 안 된 비율이 각각 38.1%, 39.1%에 달했다.

노후 대비를 위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다는 응답은 11.4%에 그쳤고 나머지는 인터넷이나 지인을 통해서 정보를 습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후 대비를 위해 가입했던 연금을 중도해지하거나 환매를 하는 가구도 가구 전체의 3분의 1수준에 달했다.

이밖에 연령대가 높을수록 은퇴 희망연령도 높아졌다. 20대(62.3세), 30대(62.8세), 40대(63.8세)는 모두 60대 초반에 은퇴하길 원했지만 60대는 69.9세, 70대는 76세라고 응답했다. KB금융 관계자는 “은퇴 전부터 부동산 자산과 금융 자산을 함께 고려한 노후자금 계획을 세우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