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반도체와 2차전지 등 국가핵심기술을 보유한 기업은 해외 인수합병(M&A)이 제한된다. 또 방위산업 기술을 유출한 기업에는 방산업체 지정 취소 등 강력한 제재를 가하기로 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법무부, 특허청, 국방부는 3일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산업기술 유출 근절 대책과 방위산업 기술보호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현재 30나노 이하급 D램의 설계·공정 기술, 전기자동차용 리튬 2차전지 설계·공정 기술 등 64개 국가핵심기술을 수출할 때는 정부 승인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해외 기업이 국가핵심기술을 보유한 국내 기업을 통째로 인수할 때는 신고만 하면 된다. M&A가 기술 유출 관리의 사각지대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과거 하이디스, 쌍용자동차 등 국내 기업이 외국에 매각되면서 LCD(액정표시장치)나 자동차 제조기술이 몽땅 넘어가는 일도 있었다.

정부는 국가핵심기술 보유 기업의 M&A 과정에서 반드시 정부 사전 승인을 거치도록 관련법을 고치기로 했다. 국가핵심기술도 화학, 신소재, 인공지능(AI) 등 분야로 확대 지정할 계획이다.

기술 유출에 대한 형사처벌도 강화한다. 국가핵심기술 해외 유출 때 ‘징역 15년 이하’로 처벌하던 것을 ‘최소 징역 3년’으로 강화한다. 최소 형량이 없어 솜방망이 처벌이 적지 않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다. 영업비밀의 해외 유출 역시 ‘징역 15년 이하, 벌금 15억원 이하’로 처벌 기준을 높인다. 지금은 ‘징역 10년 이하, 벌금 1억원 이하’다.

산업기술과 영업비밀 유출에 최대 3배까지 손실을 물어내게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도 도입한다. 영업비밀 유출의 경우 법 개정안이 이미 국회를 통과해 올 7월부터 시행된다. 정부는 산업기술과 관련해서도 같은 취지의 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산업기술이란 국가핵심기술을 비롯해 전력기술관리법, 보건의료기술진흥법, 뿌리산업첨단화법 등에 규정된 주요 기술을 말한다.

방산 기술 유출을 막는 대책도 마련됐다. 국방부는 방산 기술을 유출한 기업에 대해 기존 형사처벌, 과태료 부과에 더해 방산업체 지정 취소까지 할 수 있도록 벌칙을 강화하기로 했다. 기술 보호 실적이 우수한 업체에는 방위력 개선사업체 선정 때 가점을 부여한다.

서민준 기자 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