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윗줄 왼쪽부터 시계방향),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 원기찬 삼성카드 사장, 이동철 KB국민카드 사장, 정수진 하나카드 사장, 정원재 우리카드 사장, 김창권 롯데카드 사장, 이문환 비씨카드 사장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윗줄 왼쪽부터 시계방향),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 원기찬 삼성카드 사장, 이동철 KB국민카드 사장, 정수진 하나카드 사장, 정원재 우리카드 사장, 김창권 롯데카드 사장, 이문환 비씨카드 사장
카드업계가 올해 경영환경이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고 ‘조직 안정’에 공들이고 있다. 8개 카드사 모두 작년 최고경영자(CEO) 체제를 이어가기로 했다. 변화보다는 안정을 통해 고비를 넘기기 위해서라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한 카드사 고위 관계자는 “성장을 도모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당장 생존을 위해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구관이 명관…위기 넘기기 올인

지난해 말 금융계 인사에서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과 원기찬 삼성카드 사장은 연임이 확정됐다. 김창권 롯데카드 대표는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이동철 KB국민카드 사장, 이문환 비씨카드 사장, 정원재 우리카드 사장도 계속해서 지휘봉을 잡는다. 오는 3월 임기가 만료되는 정수진 하나카드 사장도 이변이 없는 한 주주총회에서 유임될 것이라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보통 임기가 남아 있어도 조직 쇄신 등을 이유로 중도 교체가 빈번한 금융계 상황을 감안하면 8개 카드사 사장 모두 변동이 없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업계는 분석했다. 각 대기업그룹과 금융그룹이 카드사 CEO를 작년 체제로 유지하는 것은 올해 위기 타개를 위해 ‘구관’에 힘을 실어주는 차원으로 금융계는 보고 있다.

리스크 관리·내실 경영에 집중

8명의 카드사 CEO들은 하나같이 경영 계획을 보수적으로 잡고 위험 관리 위주의 전략을 마련했다. 한국경제신문이 1일 8개 카드사 CEO를 대상으로 올해 경영전망을 물어본 결과 8명 모두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원기찬 사장과 이동철 사장, 이문환 사장, 김창권 사장은 가맹점 수수료 인하 정책을 최대 리스크로 봤다. 원 사장은 “정부 규제와 대외환경 악화로 올해 이익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며 “내실 경영과 새로운 수익원 발굴에 중점을 두겠다”고 말했다. 이동철 사장은 “이번 가맹점 수수료 인하에 따른 수익성 악화 규모는 카드 이용을 늘리는 것만으로 상쇄가 어려울 정도로 타격이 크다”며 “내실경영에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문환 사장 역시 “가맹점 수수료 인하와 경제 성장 둔화 영향으로 수익 감소가 예상된다”며 “서비스 및 업무 프로세스를 디지털화하면서 어려움을 극복하겠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가맹점 수수료 인하 및 마케팅 규제로 인한 수익성 악화가 우려돼 수익구조 다변화를 경영 키워드로 정했다”며 “안정적 성장동력 확보에 주력하겠다”고 전했다.

새 수익원 확보 절실

기준금리 인상, 대출 총량규제 등의 정책도 위험 요소로 꼽았다. 임영진 사장은 “경기 악화와 금리 인상에 따른 가계부채 건전성 악화를 대비해 리스크 관리 역량 고도화에 힘쓰겠다”고 했다. 정원재 사장은 “금리가 오르면 한계차주 증가 및 조달비용 상승으로 건전성과 수익성이 위협받을 것”이라며 “수익원 확보가 시급하다고 보고 새로운 사업 발굴에 공들일 계획”이라고 했다.

제로페이, 카카오페이 등 QR코드로 대표되는 다양한 결제수단의 확산도 경영난을 가중시킬 요인으로 지목됐다. 정수진 사장은 “간편결제 업체들의 공세로 결제시장 경쟁이 격화될 것”이라며 “모든 프로세스를 디지털화해 결제 편의성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이동철 사장도 “결제 시장에서 카드사의 입지가 위축될 수 있다고 보고 미래결제사업 역량 확보에 공들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2015년 2조126억원이었던 카드업계 순이익은 2016년 1조8117억원, 2017년 1조3019억원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6월 말까지 순이익은 8102억원에 그쳤다. 인력 구조조정도 본격화 될 전망이다. 인력 구조조정을 추진 중인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은 올해 전사적으로 상시 비용절감을 시행한다는 경영계획을 세웠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가맹점 수수료 인하와 금리 인상 등 리스크가 많아 위기 극복에 집중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