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미국 기업의 실적이 예상보다 부진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가 큰 가운데 기업 실적이 ‘어닝 리세션(실적 침체)’ 상황에 놓이면 미국 증시 변동성이 더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어닝 리세션은 경기 침체를 뜻하는 리세션에서 파생한 말로, 분기 실적이 전년 대비 두 분기 연속 하락하는 것을 의미한다.

美 기업 '어닝 리세션' 경고음 커진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증시정보업체 팩트셋을 인용해 애널리스트들이 전망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기업의 2019년 이익증가율이 큰 폭으로 하향 조정됐다고 보도했다. S&P500 기업의 이익증가율 전망치는 지난해 9월 10.1%였으나 12월에는 7.8%로 뚝 떨어졌다. WSJ는 또 2018년 실적 증가율 전망(22%)과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모건스탠리는 올해 어닝 리세션이 발생할 가능성을 50% 이상으로 내다봤다. 애널리스트들은 S&P500 기업 가운데 절반 이상의 실적 전망을 지난달 하향 조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높아지는 임금 상승률과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비용 증가,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 감세 효과 약화 등을 두루 반영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제프리 클레인톱 찰스슈와브 이코노미스트는 “경제 지표들이 계속 지금처럼 나온다면 증시가 어닝 리세션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어닝 리세션은 지난 50년간 12차례 발생했다. 이 가운데 9차례는 경기 침체와 함께 발생했지만 3차례는 그렇지 않았다. 가장 최근의 어닝 리세션은 2015~2016년 발생했다. 당시 경기는 전반적으로 괜찮았지만 미 서부텍사스원유(WTI) 가격이 배럴당 26달러까지 추락하면서 에너지 기업들의 순이익이 급감했다. 이로 인해 2015년 증시는 정점 대비 14% 조정받았다. 하지만 2016년엔 국제 유가 상승과 함께 기업 실적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서자 S&P500지수가 연간 9.5% 올랐다.

올해 어닝 리세션 우려도 국제 유가 하락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WTI 가격은 지난해 4분기 38% 하락했다. 샘 스토벌 CFRA리서치 애널리스트는 “투자자들은 유가 하락을 글로벌 경기 둔화의 전조로 걱정한다”고 말했다.

미국과 세계 경제 침체 우려도 실적 기대를 낮추는 요인이다. 지난주 골드만삭스는 올 상반기 미국의 경제성장률을 연율 2.4%에서 2.0%로 낮췄다.

팩트셋에 따르면 비(非)미국 기업들의 실적 전망이 더 어둡다. 도이체방크는 2019년 유럽 기업의 실적 증가율이 전년 대비 1%에 불과할 것으로 내다봤다. 정체될 것이라는 의미다.

어닝 리세션 가능성은 안 그래도 부진한 미국 증시의 변동성을 높일 수 있다. 다우지수가 5.6% 내린 것을 비롯해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는 지난해 3~6% 하락했다.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성적표다. 다만 S&P500지수가 작년 9월 고점 대비 약 15% 떨어진 데다 기업 이익이 증가세는 둔화됐지만 전년 대비 7%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실적 쇼크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