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연합회 소속 회원들이 지난 28일 정부세종청사 국무조정실 앞에서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 철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소상공인연합회 소속 회원들이 지난 28일 정부세종청사 국무조정실 앞에서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 철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새해를 하루 앞둔 31일 정부가 국무회의를 열고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 의결을 강행한다. 최저임금 시급 산정 때 법정 주휴수당과 주휴시간을 포함하는 내용이다. 하루 뒤인 1월1일부터 최저임금 10.9% 추가 인상으로 충격을 우려하고 있는 영세 중소기업, 소상공인들로선 ‘이중 폭탄’을 맞게 된 셈이다.

생존을 위협받고 있는 소상공인들은 단체행동에 나서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이르면 31일 헌법재판소에 ‘주휴수당을 없애달라’는 내용의 위헌명령심사를 청구할 계획이다. 나아가 대규모 집회 등을 벌일 태세다. 새해 벽두부터 최저임금을 놓고 정부와 경제 약자들 간 정면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 ‘주휴수당 포함’ 원안대로 강행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31일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고 최저임금 시급(월 소정근로시간 대비 월 기본급) 산정 기준에 법정 주휴수당과 주휴시간을 포함하는 내용의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을 상정한다. 개정안은 그대로 통과돼 1월1일부터 시행될 가능성이 크다.

1월 1일부터 최저임금 10.9% 급등에 주휴수당까지…'이중폭탄' 터진다
현행 시행령은 최저임금 위반 여부를 따질 때 월 기본급을 월 소정근로시간(174시간)으로 나눈 시급이 최저시급(올해 7530원)에 미달하는지를 살펴본다. 올해 월 기본급이 160만원이라면 시급이 9195원으로, 최저임금법 위반이 아니다. 내년 새 시행령은 최저임금 위반 여부를 가릴 때 분모인 월 소정근로시간에 월 주휴시간(35시간)을 더해 월 209시간을 기준으로 삼도록 했다. 이 경우엔 월 기본급이 160만원이라도 시급이 7655원으로 낮아져 내년도 최저임금(8350원)을 위반하는 셈이 된다. 분자인 월 기본급에 주휴수당을 14만5000원 더 얹어 지급해야 하는 것이다.

정부는 그러나 기업에 추가 부담이 없다며 강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지난 30년간 산업현장에 적용돼온 시급 환산 기준을 시행령으로 명료하게 반영했을 뿐이란 설명이다. 하지만 그동안 주휴수당을 주지 않았던 소상공인, 영세 중소기업들은 내년에 최저임금 인상에다 주휴수당까지 추가되면 실질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33%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대기업 역시 오르는 최저임금에 맞추려면 기본급을 인상해야 해 연쇄적인 임금 상승이 불가피하다.

“소상공인 둘 중 하나는 범법자 될 판”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은 이날 “최근 조사에서 소상공인 중 30%가 최저임금을 지급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주휴수당 부담까지 더해지면 소상공인 중 절반을 범법자로 만드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할 경우 헌법재판소에 위헌명령심사를 청구할 계획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주휴수당을 폐지해달라’는 글이 수백 건 게재됐다. 한 청원인은 “빚을 얻어 구멍가게를 운영하고 있는데, 정부의 주먹구구식 임금 정책으로 폐업 위기에 몰렸다”며 “서민들의 목소리를 들어달라”고 적었다.

전문가들은 시행령을 개정하더라도 영세 사업장 적용 유예 등을 추진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임채운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는 “현실적으로 영세 사업자가 새 시행령을 준수하는 데 문제가 있을 것”이라며 “시행령 개정을 되돌리기 힘들다면 종업원 5인 미만 사업장에는 적용을 유예하는 등 완충지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주휴수당

주 15시간 이상 일하는 근로자가 결근하지 않고 한 주를 일했을 때 보장되는 휴일에 대한 유급수당. 1인 이상 모든 사업장에 적용된다. 예를 들어 주 5일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8시간씩 일하면 주말에 이틀을 쉬고도 이 중 하루는 8시간 근무한 것으로 간주해 임금을 받는다. 주 5일을 일하고 6일치 임금을 받는 셈이다.

김일규/이우상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