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는 또다시 롤러코스터 같은 흐름을 보였다. 다우지수는 전날 종가보다 249포인트 하락하면서 출발해 오후 한때 611.03포인트까지 폭락했다. 하지만 장 마감을 1시간30분 앞두고 급반전이 일어났다. 한 시간 만에 하락 폭을 모두 만회하더니 장 마감 땐 전일 대비 260.37포인트 올라 있었다.

미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증시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글로벌 경기둔화 우려로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높기는 하지만 경제 펀더멘털 요인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증시 급등락이 거듭되고 있다. 시장에선 컴퓨터 프로그램에 기반한 매매가 시장 변동성을 높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 쏠림 현상이 심해져 금융위기 불씨가 될 위험이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된다.
90분 새 -611P→+260P…프로그램 매매에 롤러코스터 탄 美 다우지수
인간 아닌 컴퓨터 매매가 85%

최근 주요국 주식시장은 ‘널뛰기 장세’를 자주 연출하고 있다. 다우지수는 지난 24일 2.91% 급락했다가 26일엔 4.98% 급등했다. 일본 닛케이지수 역시 25일 5.01% 떨어졌다가 27일 3.88% 튀어올랐다.

장중 변동 폭도 크다. 다우지수의 26일 장중 최고가와 최저가 차이는 1166.39포인트나 됐다. 닛케이지수도 하루 3~5%씩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컴퓨터 프로그램 매매가 시장 변동성 확대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컴퓨터 프로그램 매매란 미리 설계해 놓은 특정 알고리즘에 따라 컴퓨터가 자동으로 주식을 사고파는 것을 말한다. 알고리즘을 설계하는 것은 사람이지만 매매 과정엔 사람이 개입하지 않는다.

시장조사업체 탭그룹에 따르면 이 같은 알고리즘에 기반한 펀드가 미국 펀드의 28.7%를 차지한다. 이 비중은 2015년 19.8%에서 2016년 25.0%, 2017년 27.1% 등으로 꾸준히 높아지는 추세다. 마르코 콜라노비치 JP모간 퀀트 애널리스트는 “주가지수를 따라가게 돼 있는 패시브 펀드와 초단타매매(HFT) 투자 등을 포함하면 컴퓨터에 기반한 거래가 전체 거래량의 85%에 이를 것”이라고 추정했다.

미리 짠 공식 따라 ‘군집행동’

알고리즘 매매는 마치 수학 공식에 따르듯 주식을 매매한다. 과거 주가 분석을 바탕으로 수익률을 극대화할 수 있는 매매 기법을 찾아내 알고리즘화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영업이익이 1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의 주식은 매수하라’는 식으로 프로그래밍을 해두면 실제로 그런 종목이 나타났을 때 매집하는 식이다.

소셜미디어나 뉴스 제목에 반응해 매매하는 프로그램도 있다. 사실과 다른 뉴스나 “미국 주식을 살 기회”라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이 알고리즘 작동을 이끌어내 주가를 움직일 수도 있다.

이 같은 매매 방식이 시장 쏠림을 심화한다는 점이 문제다. 비슷한 알고리즘을 갖고 있는 프로그램들이 ‘군집행동’을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주가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면 일제히 매수해 상승 폭을 키우고, 반대로 주가 하락이 예상될 땐 모두 매도해 하락 폭을 키우는 것이다.

지난 4일 뉴욕증시가 3% 이상 급락했을 때도 배경에 알고리즘 거래가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당시 미국 2년 만기 국채금리가 5년 만기 국채금리보다 높아지는 ‘장·단기 금리 역전’이 발생하자 주식 매도세가 쏟아져 나왔다.

소외되는 주식가치 분석 투자

주식시장에서 쏠림 현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러나 컴퓨터 알고리즘이 인간보다 더 큰 시장 불균형을 낳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부른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처럼 과도한 쏠림 현상은 위기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컴퓨터가 거래하는 만큼 속도도 빠르다. 닐 버거 이글스뷰자산운용 매니저는 “모두가 사는 주식을 사고 모두가 파는 주식을 팔도록 설계된 알고리즘이 많다”며 “사람은 컴퓨터처럼 빠르고 격렬하게 반응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주가수익비율(PER), 주가순자산비율(PBR) 등 전통적인 주식가치 분석이 무색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펀더멘털과 무관하게 주가가 움직이면서 금융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콜라노비치 애널리스트는 “경제성장률, 기업 이익 등이 주가와 완전히 동떨어져 있다”고 꼬집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