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수출을 주도해온 전기 및 전자 업종의 지난달 수출 총액 증가율이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반도체 수출 가격이 하락한 데 따른 영향이다. 전기 및 전자 업종의 수출 증가세가 꺾인 것은 2016년 10월 이후 2년1개월 만이다.

'수출 주력' 전기·전자, 2년 만에 마이너스
2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8년 11월 무역지수 및 교역 조건’을 보면 지난달 한국 수출금액지수는 작년 11월보다 1.5% 상승하는 데 그쳤다. 2016년 10월 -5.1%를 보인 뒤 가장 낮은 수치다. 올 들어 월평균 두 자릿수 상승률을 보였던 전기·전자 업종과 정밀기기 업종의 수출금액지수가 지난달 각각 2.0%, 1.9% 하락한 영향이 컸다.

특히 전기 및 전자 업종의 수출금액지수 하락은 2년1개월 만이다. 고공행진하던 반도체 가격이 떨어진 게 가장 큰 요인이다. 전기·전자 업종 중 반도체만 떼어 보면 지난달 수출물량지수 상승률은 24%로, 최근의 기조를 유지했다. 하지만 가격 요소까지 고려한 수출금액지수는 9월 34.7%에서 10월 25.9%, 11월 14.9% 등으로 둔화하고 있다. 여기에 디스플레이 부문까지 부진해지면서 전기·전자 업종의 수출 증가세가 마이너스로 돌아섰다는 게 한은의 해석이다.

한국의 교역 조건을 의미하는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90.49로, 1년 전보다 10.9% 하락했다. 2014년 11월(92.40) 이후 4년1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지수 낙폭은 2011년 10월(-11.0%) 이후 가장 컸다.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수출 1단위 금액으로 살 수 있는 수입품 양을 뜻한다. 이 지수의 기준 시점인 2010년 100만원어치를 수출해 그 금액 가치만큼 수입이 가능했다면 지금은 100만원어치를 수출해도 90만원어치만 수입할 수 있다는 의미다.

교역조건 악화는 국제 유가 상승으로 수입물가가 오른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한은 관계자는 “11월 교역조건에 반영된 10월 두바이유 가격이 1년 전보다 42.9% 올랐다”며 “11월 들어 유가가 하락했지만 지난해 11월과 비교하면 여전히 7.8% 오른 만큼 이번달 교역조건도 다소 나빠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