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경기를 보는 기업들의 시각이 비관론으로 가득찬 것으로 조사됐다. 수출, 내수, 투자 등 전방위적으로 부정적인 심리가 확산되는 모습이다. 내년 1분기엔 수출경기가 2년 만에 처음으로 악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소비심리마저 어두운 모습이어서 경기가 더 꺾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기업·가계 덮친 '비관론'…"새해 경제 더 암울"
수출·내수·투자 모조리 부정적

한국경제연구원은 매출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내년 1월 전망치가 92.7로 나타났다고 27일 발표했다. BSI가 100보다 낮으면 앞으로 경기를 부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더 많다는 의미다. 1월 전망치(92.7)는 12월(88.7)보다 소폭 상승했지만, 지난 5월 100.3에서 6월 95.2로 떨어진 뒤 8개월째 100을 밑돌았다.

수출(92.1), 내수(93.5), 투자(95.5), 자금(94.0), 재고(104.9, 재고는 100 이상일 때 재고 과잉), 고용(99.7) 등 부문별 전망도 모조리 어둡게 나타났다. 기업들은 내수경기 침체가 이어지고, 수출 둔화세도 뚜렷해 기대가 낮아졌다고 응답했다.

12월 실적치는 90.2로, 전망치(88.7)보다 높았지만 2015년 5월부터 44개월 연속 기준선(100) 아래에 머물렀다. 한경연은 “올해 기업들의 실적 부진은 심각한 상황”이라며 “전월 대비 개선이라고 응답한 기업조차 절대적 수치는 매우 낮다”고 설명했다.

내년 수출경기 2년 만에 악화할 듯

내년 1분기엔 수출경기가 2년 만에 악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은 국내 938개 수출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내년 1분기 수출산업경기전망지수(EBSI)는 93.1로 나타났다고 이날 발표했다. EBSI가 100 밑으로 떨어진 것은 2017년 1분기(93.6) 이후 8분기 만이다. EBSI가 100 밑이면 수출 여건이 지금보다 악화될 것으로 본다는 뜻이다.

품목별로는 철강 및 비철금속 제품, 플라스틱 및 고무제품, 가전, 무선통신기기 및 부품 등의 수출경기가 나빠질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철강 및 비철금속 제품은 주요국 쿼터 제한에 따른 물량 감소, 저가 중국산 수출 확대에 따른 가격 하락 등의 여파로 수출 부진이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가전과 무선통신기기 및 부품 역시 해외 생산과 글로벌 경쟁 심화로 수출 여건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다.

주택가격 전망도 어두워져

소비심리도 어두웠다.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12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이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7.2로 나타났다. CCSI가 100을 밑돌면 소비자심리가 비관적임을 의미한다. 12월 CCSI(97.2)는 11월(96.0)보다 소폭 상승했지만, 9월 100.2에서 10월 99.5로 떨어진 뒤 3개월째 100을 밑돌았다.

항목별 소비자동향지수(CSI)를 보면 주택가격전망 CSI가 지난달보다 6포인트 하락한 95를 나타냈다. 작년 2월(92) 이후 1년10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주택가격전망 CSI는 9월 128에서 꾸준히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정부의 대출 규제 정책 탓에 주택 매매 거래가 감소한 여파로 분석된다.

송원근 한경연 부원장은 “정부가 투자와 소비 증진을 위한 정책을 내놨지만, 실제 경제 회복으로 이어질지는 의문”이라며 “단기적 재정지출 확대의 효과는 한계가 있는 만큼 장기적 경제구조 개선을 위한 정책 개발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