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의 사전적 정의는 ‘여러 집이 모여 사는 곳’이다. 사회적 경제는 이윤 추구 중심의 기업 운영에서 벗어나 함께 잘사는 길을 찾는다. 이를 통해 이웃과 공동체를 되찾으려 한다. 옛날 시골마을의 풍광을 복원하려는 게 아니다. 사람과 사람을 잇고 함께할 수 있는 일을 만드는 것이다.
공동텃밭 만들고 면생리대 보급
민들레워커협동조합이 솜씨공방에서 만든 부엉이 시리즈. 서울 금천구에 있는 민들레워커협동조합은 주민들이 지역문제 해결을 위한 활동을 하면서 마을기업으로 자리매김한 사례다. 환경단체 ‘숲지기, 강지기’로 출발해 오랫동안 쓰레기가 더미가 쌓여있던 곳을 공동텃밭으로 만들었다. 마을 곳곳을 화초로 단장했다. 이웃 간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집단상담, 같이 밥 먹는 활동을 했던 하루밥상 등 프로그램도 진행했다. 이런 경험은 2013년 협동조합 설립으로 이어졌다. 솜씨공방, 원예공방을 운영하며 수공예품을 생산하고 체험교육, 손바닥정원 만들기 등을 한다. 금천구청 안에서 공정무역카페도 운영한다. 김혜숙 대표는 “마을기업이 미래의 복지”라며 마을에서 행복한 일터, 삶터, 쉼터를 만들어가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목화송이협동조합에서 만든 면생리대. 목화송이협동조합은 ‘면 생리대’ 보급에 앞장서온 도봉구 마을기업이다. 2013년 협동조합으로 설립됐지만 2006년부터 면 생리대 보급에 힘썼다. 에코백, 앞치마, 장바구니 등 다양한 바느질 제품도 생산한다. 에코백은 ‘하이서울 우수상품 어워드 인증(아이디어 부문)’을 수상했다. 한경아 대표는 “다양한 원단으로 시중에 없는 물건, 환경을 생각하는 물건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며 “예쁜 패턴, 꼼꼼한 바느질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마을가게와 평생교육원 운영
광진아이누리애에서 만든 견과류 제품. 광진아이누리애 사회적협동조합은 서울 광진구에서 마을가게, 평생교육원을 운영하며 ‘행복한 동네’를 조성하고 있다. 함께 아이를 키우는 모임으로 출발해 협동조합 설립 이후 돌봄, 제조(유기농 쿠키, 과일청), 교육, 지역문제 해결, 일자리 창출 등으로 영역을 넓혔다. 평생교육원에서는 디자인 교육 및 워크숍뿐만 아니라 초·중고 학생들의 디자이너, 요리체험 진로체험 교육을 한다. 광진아이누리애는 향후 지역 주민과 사회적 경제 기업의 상품을 발굴, 제품화를 지원하고 평생교육이 결합된 커뮤니티 비즈니스 서비스 유통 플랫폼을 구축할 계획이다. 박꽃별 대표는 “앞으로도 제조형 마을가게와 마을형 평생교육원을 운영하는 커뮤니티비즈니스 거점으로서 지역 인적자원 개발과 활동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취약 계층을 위한 제품 개발
친환경 의류 제품을 만드는 대지를위한바느질의 에코웨딩. 함께 잘사는 일은 한 공간에 국한되지 않는다. 취약계층이나 후손의 미래를 당겨 쓴다는 마음으로 환경을 보듬는 일도 중요하다. 에이유디 사회적협동조합은 청각장애인 소통지원 플랫폼을 만든 기업이다. 특수학교 교사로 있던 박원진 대표가 2012년 소셜벤처 경진대회에 참가해 ‘청각장애인 자막지원 플랫폼’ 아이디어로 우수상을 받으면서 창업으로 이어졌다. 에이유디(AUD)는 ‘Auditory Universal Design’의 약자로 ‘청각 유니버설 디자인’이라는 뜻이다. 에이유디는 앱 플랫폼(쉐어타이핑), 글래스로 자막을 볼 수 있는 스마트안경(쉐어글래스), 문자통역사가 없이도 인공지능 음성인식을 통해 문자통역을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쉐어톡), ‘문자통역 서비스’도 만들었다. 박 대표는 “청각장애인들이 세상 속으로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인공지능 문자통역 서비스(쉐어톡)를 확장해 병원이나 은행 방문 등 일상생활에서 청각장애인들이 더 이상 불편을 겪지 않도록 하겠다는 포부다.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제조업자개발생산(ODM) 의류를 만드는 세진플러스는 발달장애인을 고용하고 사회 적응력을 키워주는 사회적 기업이다. 은나노 복합체 항균 원단으로 제작한 병원복, 수술복, 가운, 환경미화원 근무복 등을 생산한다. 디자인부터 봉제, 자수, 날염까지 원스톱 생산 시스템을 갖췄다. 최근에는 옷을 제작하고 남은 자투리 원단을 재활용해 각종 산업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친환경 섬유패널 건축자재인 플러스넬도 개발했다.
대지를위한바느질은 오가닉 코튼, 옥수수 전분 섬유, 천연 한지 섬유, 천연 쐐기풀 섬유, 천연 염색 등 친환경 의류 제품을 만든다. 특히 결혼식으로 인한 환경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새롭게 디자인한 ‘에코웨딩’은 자연의 가치와 철학을 담은 결혼식으로 주목받았다.
우리나라 공정무역을 선도해온 페어트레이드코리아는 빈곤국의 여성들이 만드는 핸드메이드 의류와 수공예품을 한국 소비자들에게 선보이고 있다. ‘그루테라피’라는 브랜드로 유기농 화장품, 수제비누, 향초, 천연오일 등도 판매한다. 패션 브랜드 ‘그루’, 코스메틱 브랜드 ‘그루 테라피’, 리빙 브랜드 ‘꼬말핫’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 새로 선정된 서울시 사회적 경제 우수기업의 특징은 디지털 사회혁신, 일자리 창출, 커뮤니티 케어로 요약된다. 핵심 사업에 정보기술(IT)을 결합하고, 일자리 창출에 주력하는 사회적 경제 기업이 늘어났다는 의미다. 1인 가구가 증가하고 고령화 사회에 진입하는 사회적 특징을 고려해 돌봄 관련 기업도 늘었다.IT를 연계한 사회혁신SE임파워 사회적 협동조합은 디지털 사회혁신 분야를 이끌고 있는 곳이다. 2013년 설립돼 초기 사회적 경제 창업 및 성장 지원사업으로 출발해 3년차부터 디지털 사회혁신 분야, 도시재생 지원사업 분야로 확장했다. 2016년부터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의 사회적 기업 육성사업 IT특화 위탁운영기관으로 지정돼 지금까지 18개 사회적 기업을 육성했다. 서울 구로구, 금천구, 경기 양주시, 김포시, 군포시 등 지자체 사회적 경제 창업교육을 수탁 운영했다.슬로워크는 2005년 설립돼 올해 예비 사회적 기업에 지정됐다. 초기 편집디자인 에이전시로 시작해 브랜딩, 커뮤니케이션 전략, IT 솔루션까지 영역을 확대해 중견 크리에이티브 솔루션 기업으로 성장했다. 비영리기관의 효과적인 온라인 마케팅을 위한 이메일 마케팅 툴 ‘스티비’, 소셜벤처 및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의 브랜딩 전략을 위한 ‘뭐든지스튜디오’, 민주적 의사결정 플랫폼 ‘빠띠’를 만들었다. 디지털, 디자인, 소셜이라는 세 가지 정체성을 강화하기 위해 소셜임팩트 사업부를 신설했다. 관련 디자인과 기술 솔루션을 개발하고 보급할 방침이다.2015년 설립돼 2016년 예비 사회적 기업으로 지정된 오엠인터랙티브는 ‘사회적 경제를 위한 종합적이고 현실적인 판로 지원’ 미션을 바탕으로 ‘후즈하비몰’을 구축·운영한다. 후즈하비몰은 경제활동 취약계층이 제작한 핸드메이드 제품의 온·오프라인 유통을 지원하는 쇼핑 플랫폼이다. 올해 청년 소상공인을 위한 플리마켓 오디션 프로그램, 서울 성동구 주민과 함께하는 사회적 경제 플리마켓 등도 열었다. 내년 성동구와 함께 ‘사회적 경제 문화마켓’을 운영한다.청년과 소외계층 위한 일자리 창출일자리 창출은 사회적 경제 기업의 또 다른 가치다. 2010년 설립돼 2016년 사회적 기업 인증을 받은 OTB크리에이티브는 행사대행 전문기업으로 청년들이 본인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면서 지속적으로 발전할 기회를 제공했다. 서울시의 전통시장 활성화 사업인 ‘신시장’ 전파, 서울시 대표 문화축제 중 하나인 밤도깨비 야시장, 전통문화 보존을 위한 남산골 한옥마을 사업, 서울시 유휴공간 활용 사업인 여의아이스파크 행사 등을 대행했다. 3년마다 3개의 사업을 만들고, 300명 이상에게 기회를 주는 ‘3·3·3 비전’ 달성을 위해 사회적 지주기업을 설립한다는 포부다.두루행복한세상은 다품종 소량 인쇄물 전문기업으로 장애인 일자리 만들기에 힘써왔다. 사회적 기업 인증을 받은 2016년 8명이던 인력이 올해 27명으로 늘었다. 이 중 취약계층 고용이 50%를 넘는다. 특히 5명의 장애인을 교육 후 직접 고용했다. 매출도 2016년 26억원에서 올해 100억원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장애인특수학교와 협업으로 직업능력 개발을 위한 인쇄 및 디자인 실습공간을 마련하는 등 앞으로도 안정적인 성장을 기반으로 장애인 일자리 창출에 더욱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한옥협동조합은 한옥 보급을 통해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곳이다. 2013년 설립돼 2015년 서울 북촌에 한옥협동조합교육관을 열었다. 2015년 전국 1호 문화재수리업 면허와 종합문화재수리업을 등록했다. 경북 안동 선성현 문화단지, 전남 담양 휴테크뱀부 목조주택 공사 등 대형 공사 수주로 성장 발판을 마련했다. 향후 목재공장, 한옥학교, 한옥백화점을 아우르는 한옥 클러스터를 조성할 계획이다.돌봄 서비스도 확대올해 3개의 돌봄 관련 기업이 우수기업으로 선정됐다. 살림의료복지 사회적 협동조합은 한국 사회에서 아직 낯선 ‘주치의 프로그램’을 선보여 주목받았다. 살림의원, 살림치과의원을 운영하고 있다. 조합원 및 지역주민의 건강 증진을 위한 운동센터 ‘다짐’에서 다양한 운동 프로그램을 보급하고 있다.사회적 협동조합 강서나눔돌봄센터는 돌봄 노동자들에게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한다는 목표로 2015년 설립됐다. 5년 이상 근속자 30%, 3년 이상 근속자가 42%에 달할 정도로 장기근속자 비율이 높다. 서울 강서구 사회적 경제 돌봄 협업 콘텐츠 개발 사업에 선정돼 돌봄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돌봄 매뉴얼 작업을 진행했다.2016년 설립된 사회적 협동조합 강북나눔돌봄센터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도시재생 기금 융자를 활용해 지역복합돌봄 센터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커뮤니티 케어 기반을 조성하고, 영아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생애맞춤형 서비스 상품도 개발할 예정이다.김기만 기자 mgk@hankyung.com
최근 몇 년간 한파가 기승을 부리면서 아웃도어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유명한 아웃도어 브랜드들의 제품 특징 중 하나는 ‘발수’(원단 위에 얇은 막을 코팅해 물이 스며들지 못하도록 튕겨주는 기능)다. 비나 눈이 와도 겉감과 안감이 물에 젖지 않아 체온을 따뜻하게 유지해 준다는 것이다. 이 같은 발수 기능을 내기 위해 제조사들은 과불화화합물(PFCs)이라는 인공화학 물질을 사용한다. 물과 기름에 저항하는 특성 때문에 아웃도어 의류의 표면 처리제뿐 아니라 프라이팬 코팅제 등으로도 쓰인다.문제는 PFCs가 분해되지 않고 체내에 축적돼 암, 내분비계 교란, 생식기능 저하 등 여러 가지 질병을 일으킨다는 사실이다. 19년간 패션업계 대기업에서 일해온 남명헌 기쁨앤드 대표는 전 직장에서 발수 패딩을 기획하다가 우연히 PFCs의 위해성을 알게 됐다. 그가 퇴사한 뒤 PFCs를 사용하지 않은 ‘비불소계(PFC FREE) 패딩’인 ‘미라클리얼다운’을 개발하게 된 배경이다.위해물질 없는 친환경 패딩기쁨앤드는 100% 친환경 원단으로만 발수 다운패딩을 제조하는 업체다. 가장 큰 특징은 PFCs를 쓰지 않고도 비와 눈을 막는 발수 기능을 탑재한 패딩이라는 점이다. 남 대표는 “식료품이나 화장품업계에서는 ‘친환경’이 대세 키워드로 자리 잡았지만 기능성 의류업계는 아직 그렇지 않다”며 “곧 의류시장에서도 비슷한 바람이 불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PFCs에 대한 경각심이 커 2016년부터 비불소계 친환경 패딩 제품이 꽤 나오기 시작했다”며 “아디다스가 올해 봄·여름용으로 내놓은 제품은 100% 비불소계”라고 설명했다. 고어텍스로 유명한 미국 고어사는 2023년 말까지 모든 원단에 PFCs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기쁨앤드의 ‘미라클리얼다운’은 PFCs를 쓰지 않고도 발수 효과를 내기 위해 비불소계 발수제인 ‘C0’을 사용했다. 남 대표는 “경량 패딩에 맞는 얇은 비불소계 원단을 개발했다”며 “오염물질을 튕겨내는 한편 내부 열기나 땀을 실시간으로 배출할 수 있게 도와준다”고 밝혔다.세탁에도 끄떡없는 발수력일반 패딩은 세탁을 할수록 보온력이 떨어진다. 겉 원단이 해져 물이 스며들면 털의 숨이 죽기 때문이다. 남 대표는 “미라클리얼다운은 오히려 PFCs 처리를 한 패딩보다 발수력이 강력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실험 결과 PFCs를 사용한 D사 패딩을 20회 세탁하면 발수력은 새 제품의 70% 수준으로 떨어졌으나 미라클리얼다운의 발수력은 평균 93.3%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그는 “발수력을 높이기 위해 각종 친환경 발수제를 혼합해 원단을 개발한 결과”라고 덧붙였다.남 대표는 2016년 10월 창업한 이후 누적 매출 3억3000만원을 올렸다. 지금까지는 LF 등과의 기업 간 거래(B2B) 납품에 주력했지만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에 나서겠다는 게 남 대표의 계획이다. 그는 “백화점이나 홈쇼핑 등에 입점하는 한편 침낭이나 침구 제품에도 독자 개발한 친환경 발수 원단을 적용하는 걸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군복을 타깃으로 해 조달청 납품도 준비 중이다. 그는 “의류 브랜드 중 처음으로 ‘2018 올해의 녹색상품’에도 선정됐다”며 “윤리적이고 친환경적인 소비를 지향하는 소비자들을 집중 공략할 것”이라고 말했다.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
중소기업진흥공단이 혁신 중소벤처기업 육성과 스케일업(외형 성장)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내년 미국 시애틀 등에 글로벌혁신성장센터를 설치한다.중진공은 이상직 이사장 등 임직원이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 시애틀 등을 방문해 글로벌혁신성장센터 설치 후보지 검토에 나섰다고 23일 밝혔다.중진공은 미국 로스앤젤레스(LA) 클린텍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인큐베이터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드레이퍼대 창업캠퍼스, 전기자동차 기업인 테슬라 스마트공장을 잇달아 방문해 협업 방안을 모색했다. 워싱턴DC 주정부, 워싱턴대 창업캠퍼스, 마이크로소프트, 보잉 등도 방문해 글로벌혁신성장센터와의 협력시스템 구축을 협의했다.중진공은 내년 신규 사업인 혁신일자리창출금융 지원기업, 청년창업사관학교 및 창조경제센터 등 국내 혁신 인프라에서 발굴한 중소벤처기업들을 글로벌혁신성장센터로 연결시켜 자산가치가 1조원이 넘는 세계적인 유니콘으로 발돋움시킬 계획이다. 글로벌혁신성장센터는 세계적인 혁신 허브지역에서 유니콘 육성을 촉진하는 공공액셀러레이터 역할을 담당한다. 글로벌 벤처캐피털 투자, 기술사업화, 기술 인수합병(M&A) 알선, 현지 선진기관과 연계한 스마트 팩토리 전문인력 양성 등을 우선 지원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중진공은 내년 예산 32억원을 확보했다. 또 시애틀, 중국 중관춘, 인도 뉴델리 등 세계적인 혁신허브 지역을 중심으로 센터 설치를 위한 검토에 들어갔다.이 이사장은 “협력채널 구축을 통해 글로벌혁신성장센터의 핵심인 공공액셀러레이팅 기능을 안착시켜 한국형 유니콘이 많이 생길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