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근로자들의 연차별 임금 상승폭이 일본보다 크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직장에 오래 다니면 능력이나 성과와 무관하게 임금이 더 가파르게 올라간다는 의미다. 재계에서는 정부가 최근 최저임금 기준과 관련한 시행령을 바꾼 것을 계기로 국내 기업의 기형적인 임금 구조도 근본적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은 25일 고용노동부의 임금구조 기본통계 자료와 일본 후생노동성의 임금구조 기본통계를 바탕으로 10인 이상 사업장 상용직의 근속연수별 임금 격차를 분석한 보고서를 공개했다. 한경연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30년 이상 근속자 평균 명목임금은 684만원으로 1년 미만 근속자 임금 220만원의 3.11배로 조사됐다.

반면 일본의 30년 이상 근속자 평균 명목임금은 55만8600엔(약 567만원)으로 1년 미만 근속자 23만5500엔(약 239만원)의 2.37배에 그쳤다. 한국 근로자들이 일본보다 오래 근무할수록 더 많은 임금을 받고 있다는 의미다. 근로자가 입사 초기 임금의 두 배를 받으려면 일본에서는 20년 이상 근속해야 하는 데 비해 한국에서는 10년 이상만 근속하면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근속연수에 따른 임금 상승 속도가 더 가파르기 때문이다.

환율이나 물가 수준을 반영한 임금 수준은 일본보다 한국이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월평균 임금을 시장 평균 환율로 환산하면 근속연수가 5년 이상인 시점부터 한국 근로자의 평균임금(362만원)이 일본(343만원)을 추월했다. 30년 이상 근속자의 경우 한국의 월평균 임금은 684만원으로 일본 563만원보다 121만원 많았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