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최고의 수익률을 거둔 투자 자산은 주식이나 채권이 아니라 현금으로 조사됐다. 주식과 채권, 원자재까지 주요 투자자산 가격이 동반 하락한 사이 현금이 든든한 대체자산으로 부상했다는 평가다. 현금 외에 올해 주요 자산 중 플러스 수익률을 보인 것은 대표적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뿐이었다.
그나마 현금이 낫다…올해 주식·회사채·금·리츠 투자 모두 손해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BAML)는 “국채, 회사채, 주식 등의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때 현금이 플러스 수익률을 거둔 건 1969년 이후 처음”이라고 밝혔다. 미국 뉴욕증시의 10년 강세장이 끝났다는 의견이 지배적인 가운데 투자자들이 위험자산에서 발을 빼고 내년에도 현금 보유 비중을 늘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비즈니스인사이더가 24일(현지시간) 공개한 BAML의 주요 자산군별 수익률 표에 따르면 현금(예금)은 연초 대비 1.8%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어 안전자산의 대표주자인 미 국채가 불과 0.3% 수익률로 2위를 차지했다. 올해 주요 자산군 중 플러스 수익률을 거둔 건 현금과 미 국채뿐이었다. 현금과 미 국채는 지난해 수익률 꼴찌를 기록했다.

반면 작년 가장 좋은 수익률을 거둔 자산군 대부분은 올해 최악의 수익률을 나타냈다. 특히 주식 자산이 곤두박질쳤다. 지난해 37.8%로 가장 높은 수익률을 보인 MSCI 신흥시장(EM)지수는 올해 수익률이 -14.7%로 뚝 떨어졌다. 미국과 캐나다를 제외한 21개 선진국의 중·대형주를 추종하는 지수인 MSCI EAFE도 작년 25.9% 수익률로 2위를 차지했지만 올해는 -12.6% 손실을 봤다. 미국 뉴욕증시의 S&P500지수도 지난해 22%의 높은 수익률에서 올해는 연초 대비 -6.1%로 돌아섰다.

시장 전문가들은 올해 미·중 무역전쟁, 금리 인상 등 불확실성이 주식 및 채권시장에 큰 부담을 줬다고 지적하고 있다. 내년에도 글로벌 경제성장 둔화는 증시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불안이 지속되면서 펀드매니저들의 현금 보유 비중도 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지난달 펀드매니저들은 포트폴리오 가운데 4.7%를 현금으로 구성했다. 이는 10년 평균보다 높은 수준이다. 하니 레드하 파인브리지인베스트먼트 펀드매니저는 “오랜만에 처음으로 현금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며 “현금 비중 확대를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지난 수십 년간 현금을 쥐고 있거나 양도성예금증서(CD), 단기 국채 같은 현금성 자산으로는 수익을 올리기 어려웠던 것과 전혀 다른 흐름이다. 그동안에는 “주식 외에 대안이 없다”는 인식이 주식시장 강세를 이끌어왔지만 올 들어 롤러코스터 장세가 펼쳐지면서 이 같은 패러다임이 변했다는 분석이다.

위험자산의 투자 매력이 떨어질 때 일반적으로 대체자산이 됐던 금 역시 연초 이후 3.7%가량 하락했다. 이 밖에 리츠, 투기등급 채권, 투자등급 채권 등 지난해 플러스 수익률을 보인 자산들이 올해는 모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내년에도 현금 보유 비중을 확대하라는 조언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앞서 ‘2019 글로벌 경기전망 보고서’에서 “내년에도 현금을 제외한 주요 자산 수익률이 낮을 전망”이라며 “현금 비중을 늘릴 때”라고 강조했다. 개인투자자는 물론 뮤추얼펀드, 연금펀드들도 현금 보유 비중을 늘리고 주식에 대해선 방어적인 태도를 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