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커머스 기업 쿠팡이 ‘로켓배송’으로 물꼬를 트고 마켓컬리의 새벽배송으로 확장한 ‘배송 전쟁’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음식을 주문·배달해주는 서비스로 시작한 배달의민족이 이제 공산품까지 배송해주겠다고 나섰다. 이에 따라 배송 시장에서 배달 앱(응용프로그램)과 e커머스, 백화점·대형마트, 식품 프랜차이즈 등이 모두 경쟁하게 되는 등 업종 간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새 먹거리 찾아…영역 허무는 장바구니 배달 경쟁
음식배달 앱 배민, 공산품 배달 서비스 시작

24일 업계에 따르면 음식배달 앱 1위 업체인 배달의민족은 최근 식음료 공산품을 즉시 배송하는 모바일 장보기 서비스 ‘배민마켓’을 선보였다. 기존 배달의민족 앱에 베타서비스의 한 항목으로 배치했다. 배민마켓은 편의점이나 슈퍼마켓 등에서 살 수 있는 물품들을 배달해주는 서비스다. 배달 가능 품목은 과자 초콜릿 사탕 등 스낵류부터 즉석밥과 가정간편식(HMR) 통조림 조미료 식용유 등 식재료까지 350여 종이다.

주문 방식은 배달의민족에서 음식 주문을 하는 것과 같다. 배달 팁(요금)은 3500원이며, 지금은 서울 송파구 잠실 주변에서만 가능하다. 배민 관계자는 “배민라이더스처럼 점차 배달 지역을 넓히고 신선식품과 비식품군까지 취급 품목도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물류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메쉬코리아의 배달대행 서비스 ‘부릉’은 지난 17일 화장품판매 전문점 올리브영과 제휴해 즉시 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올리브영 고객은 온라인몰이나 모바일 앱으로 주문한 제품을 3시간 안에 부릉 서비스를 통해 전달받을 수 있다.
새 먹거리 찾아…영역 허무는 장바구니 배달 경쟁
유통·식품회사들도 ‘배달 강화’

배달 앱들이 즉시 배송 서비스를 통해 유통업체들의 서비스 영역까지 침투할 조짐을 보이자 e커머스업체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배송 서비스 경쟁에서 뒤처지면 존립 기반이 위협받을 우려가 있어서다. 쿠팡은 저녁에 주문한 신선식품을 다음날 새벽에 배달해주는 ‘쿠팡 로켓 프레시’에 이어 식음료 주문 서비스인 ‘쿠팡 이츠(Coupang Eats’)를 내년 3월 선보일 예정이다.

배달의민족 요기요 우버이츠와 같은 음식배달 앱에 한판 승부를 걸어보겠다는 것이다. 티몬도 오전에 주문한 제품을 오후 예약 시간에 배송받을 수 있는 모바일 장보기 서비스 ‘티몬 슈퍼마트’를 시작했다.
새 먹거리 찾아…영역 허무는 장바구니 배달 경쟁
롯데마트는 지난 13일 ‘3시간 내 배송’ 서비스를 내놓았다. 서울 금천점을 방문한 소비자가 모바일로 상품을 스캔하면 3시간 안에 집으로 배송하는 서비스다. 내년 2월에는 서울 잠실권역에 한해 ‘30분 내 배송’에 도전한다. 현대백화점은 백화점업계 처음으로 새벽배송 서비스인 ‘새벽식탁’을 시작했다. 이마트와 롯데슈퍼, GS프레시, CU 등도 새벽배송 서비스를 통해 신선식품 시장 공략에 나섰다.

전통적으로 오는 손님을 대상으로 장사를 했던 외식 프랜차이즈들도 최근엔 ‘배달’을 강조한다. 파리바게뜨는 지난 9월 제빵 프랜차이즈 최초로 케이크와 빵, 샌드위치 배달 서비스를 시작했다. CJ푸드빌의 한식 뷔페 체인인 계절밥상은 아예 식당에서 파는 메뉴를 포장해 배달해주는 서비스를 최근 시작했다. 이디야커피 등 커피 프랜차이즈와 디저트 카페 설빙 등도 배달 앱과 제휴해 배달 시장에 뛰어들었다.
새 먹거리 찾아…영역 허무는 장바구니 배달 경쟁
1인가구 증가…성장 정체에 자유경쟁

배달 시장에서 업종 간 경계가 허물어지고 시장 규모가 급팽창하고 있는 것은 △인구구조의 변화 △오프라인 유통시장의 성장 둔화 △낮은 진입 장벽 등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진 결과라고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0년 222만여 가구이던 1인가구는 지난해 562만 가구로, 17년 만에 두 배 이상으로 폭증했다. 배달 서비스의 주 수요층인 1인가구가 급증하고 이들 1인가구의 40% 이상이 수도권에 몰려 살고 있어 배달 서비스의 확산이 가속화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성장 정체에 직면한 백화점 대형마트 등 전통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은 새 성장동력을 찾아 배달 서비스에 나서고 있다. 배달 앱 등 스타트업들은 모바일쇼핑 확산에 발맞춰 신기술을 선보이며 배송 전쟁에 뛰어들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정부 규제가 아직 없다는 점도 배달 서비스를 강화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며 “카카오카풀 등 공유서비스와 프랜차이즈사업 등은 면허와 거리제한 등의 규제가 강하지만 배달 서비스는 규제가 훨씬 덜하다”고 말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