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 중 시행하겠다고 발표한 경제정책 중 상당수가 무산된 것으로 나타났다. 카풀(승차공유) 도입 등이 대표적이다. 정책 과제들을 일단 백화점식으로 제시한 후 실제로는 추진하지 않거나 차일피일 실행을 미루면서 결과적으로 공수표를 남발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내년 경제정책방향에도 구체적 실행계획이 제시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줄줄이 해 넘기는 정책들

차일피일 미루다…'공수표'로 끝난 경제정책들
24일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해 말 2018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올해 10월까지 국가균형발전 5개년 계획을 내놓겠다고 밝혔지만 아직까지 소식이 없다. 정부 관계자는 “규모가 큰 사업이 많아 연내에 계획이 마련되지 못했다”며 “내년 이후에 계획이 발표될 것 같다”고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상반기 내로 관광고급화전략을 발표한다는 계획을 경제정책방향에 담았지만 해를 넘기게 됐다. 또 연내에 영화 게임 e스포츠 음악 등 콘텐츠산업 분야별로 진흥정책을 내놓기로 했으나 아직까지도 발표하지 못했다.

문체부 관계자는 “의견수렴에 시간이 걸리고 시장 상황도 급변해 늦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미래 전략 담당 부서를 설치하기로 했지만 관련 작업을 하지 못했다.

택시-카풀업계 공존방안은 3월 발표될 예정이었지만 여태 감감무소식이다. 국토교통부 기재부 등은 카카오카풀 시행에 대한 택시업계의 거센 반발에 부딪히던 가운데 택시기사 분신사태까지 발생하자 내년도 경제정책방향에는 아예 카풀을 제외시켰다.

국민의 자산투자와 관련된 민감한 사안들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가상화폐 과세 방안은 연내 발표하는 것으로 돼 있었지만 해를 넘기게 됐다. 기재부 관계자는 “가상화폐 과세는 다른 국가들의 과세 추이를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코스닥시장 활성화를 위해 국민연금 등 주요 연기금의 벤치마크(목표수익률) 지수를 연내 변경키로 했다. 코스피200 중심으로 구성됐던 지수를 코스피·코스닥 혼합으로 바꾸는 방안이었다. 그러나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가 벤치마크 지수를 변경하지 않으면서 정부로서는 무안한 상황이 됐다.

설익고 불명확한 정책들

학계에서는 내년도 경제정책방향에도 모호하거나 불명확한 사안이 적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스마트팩토리를 2019년 4000개에서 2022년까지 3만 개로 늘리고, 개별 기업당 지원 단가를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올리는 방안이 대표적인 사례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3만 개면 국내 전체 제조공장의 절반가량이 스마트팩토리가 되는 셈”이라며 “1억원 지원만으로 제조공장이 과연 어느 정도로 스마트화될지 의아하다”고 말했다.

설익은 과제들이 남발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한 교수는 “내년도 경제정책방향에 담긴 ‘지역균형발전 촉진을 위한 예비타당성제도 발전방안 마련’, ‘관광활성화를 위한 해양 7개 특성화권역 등 세부추진방안 마련’, ‘국유토지개발선도사업 10곳 이상 선정’ 등은 확정되고 나서 발표해도 될 과제들”이라며 “경제정책방향에서 미리 발표해서 오히려 혼란을 주거나 투기를 조장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임도원/성수영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