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법 개정안, 국무회의서 심의보류
최저임금 산정 시 약정휴일 제외, 주휴시간은 포함
일정 범위 기업에 대해 노동시간 단축 계도기간 연장키로


24일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에 상정됐지만, 최종 의결되지 못했다. 오는 31일까지 약정휴일 수당과 관련해 정부가 수정안을 마련, 이날 중으로 다시 재입법 예고하기로 했다. 이 수정안은 일주일 뒤 올해 마지막 국무회의에서 다시 심의·의결될 예정이다.

정부는 당초 개정안대로 최저임금 시급 산정 시 '주휴시간'을 포함하기로 했다. 반면 노사 합의로 정하는 약정휴일은 제외된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무회의를 한 직후 브리핑에서 "약정휴일에 대해서는 최저임금 시급 산정 방식에서 모두 제외하는 것으로 시행령·시행규칙안을 개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주휴시간에 대해서는 "당초 개정안대로 시급 산정을 위한 시간과 임금에 포함되도록 했다"고 강조했다.

이 장관은 "법정 주휴가 아닌 노사 간 약정에 의한 유급휴일수당과 시간까지 산정 방식에 고려됨에 따라 경영계의 부담이 가중된다는 우려가 제기됐다"며 "이런 오해를 해소하기 위해 수정안을 마련키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저임금법 시행령 원안은 최저임금 산정 기준 시간에 소정근로시간(노동자가 실제 일하기로 정해진 시간)과 주휴시간을 포함한 '소정근로시간 외 유급으로 처리되는 시간'을 합하도록 했다.

근로기준법 제55조는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1주에 평균 1회 이상의 유급휴일을 보장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일주일에 15시간(하루에 3시간) 이상 일한 근로자에게 하루 노동시간(8시간)의 유급휴일(주휴일)을 줘야 하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그런데 지난 8월 입법예고하면서 주 또는 월 단위로 정해진 임금을 최저임금 적용 목적의 시간급 환산 시 소정근로시간과 소정근로시간 외에 유급으로 처리되는 시간을 합산한 시간 수로 나누도록 하는 내용의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을 내놨다.

주휴최저임금 산정시간이 늘어나면 최저임금 기준액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2019년 최저임금은 시간당 8350원.일주일에 하루 8시간씩 5일(40시간)을 근무한 근로자의 최저임금은 월급 기준으로 148만4220원(월 시급 계산시간 174시간)이다.

'주휴수당'이 포함될 경우 유급휴일(8시간)이 반영돼 일주일에 40시간이 아니라 48시간을 일한 것으로 시급 계산시간이 적용되는 것이다. 따라서 최저임금은 월급 기준으로 174만원5150원(계산시간 209시간)이다.

그러나 노사 합의로 정한 약정휴일시간(토요일 4시간)이 있는 사업장에서는 월 노동시간이 226시간이 된다. 약정휴일시간을 8시간으로 잡은 곳에서는 243시간으로 불어난다.

최저임금 위반 여부를 따질 때 사업주가 노동자에게 월급으로 준 임금 중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들어가는 것을 합하고 최저임금 산정 기준 시간으로 나눠 '가상 시급'을 산출하고 이를 최저임금과 비교한다.

이 경우에 분모인 최저임금 산정 기준 시간이 커질수록 가상 시급이 줄어든다. 사업주 입장에서는 같은 월급을 주고도 최저임금 위반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분모에서 약정휴일시간을 뺄 뿐 아니라 분자에서 약정휴일 수당도 제외하면 가상 시급 규모에는 변화가 없다는 게 노동부의 설명이다.

이 장관은 "토요일을 약정휴일로 유급 처리하는 일부 기업의 경우 시간급 환산시 적용하는 시간이 243시간이나 되는데 이런 일부 기업의 관행이 저임금 근로자의 생계 보장을 위한 최저임금제도 자체에 대한 논란으로 번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현대모비스와 같은 고액연봉을 주는 일부 대기업에서 최근 최저임금 위반 사례가 적발된 데 대해서는 "최저임금 법령 해석의 문제가 아니고 기본급이 전체 급여의 40%에도 미치지 못하는 해당 기업 임금체계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임금체계 개편을 위해 취업규칙 개정이 필요한 경우에는 최장 3개월, 단체협약 개정이 필요한 경우에는 최장 6개월까지 별도의 근로감독 지침에 따라 자율 시정 기간을 부여할 계획"이라고 부연했다.

이 장관은 또 노동시간 단축에 대해서 "일부 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일정 범위의 기업에 대해서는 계도기간을 연장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다.

정현영 한경닷컴 기자 j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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