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인사 영입해 순혈주의 타파 나선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
신한금융그룹이 자회사 최고경영자(CEO) 및 임원 인사를 단행하면서 외부 인사를 요직에 등용했다. 금융계는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사진)이 은행 위주의 순혈주의 전통을 깨고자 하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신한은행 일각에선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내는 결과로 작용할 것이란 불만도 나오고 있다.

신한금융은 지난 21일 동양증권 출신인 김병철 신한은행 부행장 겸 신한금융투자 부사장을 신한금투 사장에 내정했고, 알리안츠생명 사장을 지낸 정문국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 사장을 신한생명 사장에 발탁했다. 또 AT커니 초대 한국대표와 베인앤컴퍼니 한국지사장을 지낸 이성용 액시온컨설팅 대표를 신한금융지주 산하 미래전략연구소 소장으로 영입했다.

조 회장은 인사를 발표한 뒤 기자들과 만나 “은행원 DNA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끊임없이 외부에서 데려다 써야 한다”고 외부인사 발탁 배경을 설명했다. 조 회장은 특히 김 사장 내정자에 대해 “김 부사장이 GMS(그룹고유자산운용)부문장을 맡으면서 잘했기 때문에 금투 사장으로 추천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 소장 내정자에 대해 “글로벌 인재로 보는 안목이 크다”며 “신한금융그룹의 다음 먹거리를 찾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조 회장은 ‘앞으로도 외부인사 수혈을 계속할 것이냐’는 질문에 “끊임없이 늘려 내부인사와 경쟁을 시킬 것”이라고 답변했다. 조 회장은 지난해 3월 말 회장 취임 직후 조영서 베인앤컴퍼니 금융부문 대표를 신한금융지주 디지털전략담당 본부장으로 영입했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비은행 부문의 전문가를 영입하는 것은 그룹을 더 성장시키려는 당연한 노력”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신한은행 한쪽에선 조 회장의 순혈 타파 실험이 ‘원 신한’의 정신을 약화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신한은행 관계자는 “신한금융의 뿌리는 신한은행이며 신한은행 출신이 신한금융의 줄기를 형성하고 있다”며 “신한은행 출신이 중용되지 못하면 ‘원 신한’도 힘들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신한은행의 다른 관계자는 “외부인사는 또 다른 외부인사를 불러올 것이라는 신한은행 출신들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신한금융 계열사의 한 관계자는 “일각에선 사상 최대 이익에다 서울시금고를 따낸 위성호 신한은행장을 경질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안상미/김순신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