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연속 국민들의 부채가 소득보다 빨리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매년 2만 가구를 표본으로 이뤄지는 '가계금융·복지조사'에서 부채증가율은 3년 연속 소득증가율을 웃돌았다.

2016년 조사에선 부채가 6.4%, 소득이 2.4% 늘었다. 지난해에는 부채가 4.5%, 소득이 2.6%, 올해엔 부채가 6.1%, 소득이 4.1% 증가했다.

3년 동안 가구당 평균 부채는 6181만원에서 7531만원으로 1350만원(21.8%) 증가한 동안 소득은 4767만원에서 5705만원으로 938만원(19.7%) 늘었다.

소득만으로는 이미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빚이 늘고 있다.

이를 당장 체감하지 못하게 하는 요소가 자산증가율이다. 자산가치가 상승으로 부채 부담이 희석되는 것이다.

자산증가율은 2015년 2.1%에서 2016년(4.3%)과 2017년(4.2%) 두 배로 높아졌고, 올해는 7.5%로 급등했다. 가계금융·복지조사가 시작된 2010년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가구당 자산은 4억1573만원이다. 이 가운데 부동산 등 실물자산이 3억1061만원(74.7%), 나머지 1억512만원이 금융자산이다.

자산가격이 계속 오를 것으로 예상되면 원리금 부담을 감수하면서라도 부채를 유지한다. 반대의 상황이면 소득증가율을 웃도는 부채증가율은 감당하기 어려워진다.

올해 조사에서 금융부채를 보유한 가구는 67.3%가 "원리금 상환이 부담스럽다"고 했다. 9.8%는 "원금상환 또는 이자지급 기일을 경과한 적이 있다"고 연체 사실을 털어놨다.

결국 자산가격이 급락하거나, 금리 인상으로 원리금 부담이 급증할 경우 연체율도 급등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한국은행은 최근 금융안정보고서에서 향후 2년간 집값 30% 하락, 금리 3%포인트 상승을 가정해 '스트레스 테스트'를 하기도 했다.

현 상황은 두가지 가능성이 모두 제기된 상태다. 집값은 주춤하고 있고 대출금리는 오르는 추세다.

자산가격이나 부채 원리금이 아니라 소득 측면에서 충격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불황에 따른 대규모 실직이나 자영업자들의 폐업 등이다.

지난달 실업률은 3.2%를 기록했다. 11월 기준 실업률은 금융위기 영향권에 있던 2009년 3.3% 이후 9년 만에 가장 높아졌다.

정부도 실업·폐업 등으로 '연체 대란'이 벌어질 가능성에 대비해 금융적 지원책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본격적인 연체가 발생하기 전에라도 채무를 조정할 수 있도록 새로운 개인 워크아웃 제도를 마련키로 했다.

'상시 채무조정지원 제도'로 이름 붙인 이 제도는 연체 전, 또는 연체 발생 30일 안에 신용회복위원회에 신청하면 1년까지 상환을 미루고 이자를 일부 깎아주는 내용이다.

일단 30일 넘는 연체로 접어들면 신용등급이 하락하고, 금융거래와 취업이 어려워져 빚이 갈수록 불어나는 악순환에 빠져든다는 판단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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