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SBC와 스탠다드차타드(SC) 등 글로벌 은행들이 세계 1위 통신장비 업체인 중국 화웨이와의 거래를 잇따라 중단하고 있다. 일본 영국 호주 뉴질랜드 등이 화웨이 통신장비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데 이어 은행 거래까지 일부 차단되면서 화웨이를 겨냥한 미국의 압박 강도가 계속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돈줄 막히는 화웨이…글로벌 은행, 줄줄이 거래 끊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HSBC와 SC가 화웨이에 신규 대출을 비롯한 새로운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고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HSBC와 SC가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은 화웨이가 미국의 이란 제재를 위반한 혐의로 미 당국의 수사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화웨이와 거래를 지속하다가는 미 정부로부터 별도로 제재를 받을 위험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미국은 이란 제재 위반을 이유로 캐나다 정부에 요청해 지난 1일 화웨이 창업자의 딸인 멍완저우(孟晩舟) 부회장을 체포했다.

미국 연방 검찰은 2016년 HSBC가 화웨이와 거래하면서 이란 제재를 위반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HSBC는 이미 지난해부터 화웨이와 신규 거래를 중단했다.

화웨이는 홍콩 스카이콤을 통해 수출금지 품목인 미국산 첨단 통신장비를 이란 기업에 판매하고 수출대금을 HSBC와 SC 등의 계좌로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이란 기업과 거래한 사실을 은행들에 숨겨온 것으로 전해졌다. 미 당국은 스카이콤이 화웨이의 사실상 자회사라고 보고 있지만 화웨이는 이를 부인하고 있다.

씨티은행도 미 당국의 화웨이 수사 상황에 따라 신규 거래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고 WSJ는 전했다. 씨티은행은 멕시코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등에서 화웨이에 무역금융 등을 제공하고 있으며 대출과 채권 발행도 주선했다.

화웨이는 10여 년 전부터 HSBC SC 씨티 등과 거래하며 170여 개국에서 외환, 대출, 채권 발행 등의 서비스를 제공받았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HSBC가 캐나다 밴쿠버에 있는 멍 부회장 부부의 호화 주택을 담보로 대출도 했다고 보도했다.

다른 글로벌 금융회사들도 화웨이와 거래를 중단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WSJ는 JP모간체이스, 호주뉴질랜드은행(ANZ), ING 등은 화웨이와 거래를 지속할지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거래를 중단하는 은행이 늘어나면 화웨이는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에 통신장비 수출이 차단되는 데 이어 자금줄까지 막힌다. 중국 은행들도 화웨이와 거래하고 있지만 서비스네트워크가 글로벌 은행에 미치지 못한다.

금융 컨설팅기업 딜로직에 따르면 화웨이와 계열사들이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조달한 자금은 2015년 25억달러, 2016년 30억1000만달러, 2017년 40억7000만달러로 매년 증가했으나 올해는 15억달러로 급감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