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청이 현대자동차를 중소기업 비제이씨의 아이디어를 탈취한 기업으로 지목했다. 올해 7월부터 시행된 기술·아이디어 탈취 금지법을 위반했다며 시정을 권고했다. 현대차와 비제이씨 간 갈등은 지난해 법정 다툼까지 갔던 사안이다. 당시엔 현대차에 무죄가 선고됐다. 1년 만에 ‘무죄’가 ‘유죄’로 뒤바뀐 셈이다.

특허청은 20일 현대차가 기술·아이디어 탈취 금지법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발표했다. 피해 기업인 비제이씨에 피해를 배상하고, 이 회사의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개발한 미생물제의 생산과 사용을 중지할 것을 권고했다. 미생물제는 미생물을 인공적으로 배양, 가공하는 방법으로 개발해낸 신물질을 뜻한다. 기술·아이디어 탈취 금지법은 거래 과정에서의 아이디어 및 포함된 정보를 부정하게 사용하는 행위를 금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허청 조사에 따르면 현대차는 비제이씨의 미생물제와 실험 데이터 등을 경북대에 전달해 새로운 악취를 줄이는 효과가 있는 미생물제를 만들었다. 현대차와 경북대는 곧바로 이를 공동 특허로 등록했고, 이 미생물제를 자동차 도장 공정에 사용했다.

현대차와 비제이씨는 이 사건을 계기로 등을 돌렸다. 현대차는 2004년부터 이어진 비제이씨와의 납품 계약을 2015년 5월 중단했다.

현대차는 특허청의 권고 조치에 승복하기 힘들다는 반응을 보였다. 현대차 관계자는 “비제이씨 측의 아이디어를 부정하게 사용하지 않았고 이를 법원도 인정해 비제이씨와의 민사소송에서 승소했다”고 반박했다. 지난해 서울중앙지방법원은 비제이씨가 현대차에 제기한 10억원 규모 손해배상 소송에 대해 위법을 인정하기 힘들다고 판결했다. “피고에게 제공한 자료는 업계에 알려진 일반적인 수준에 해당하거나 원고가 피고와의 거래를 위해 이미 제공한 자료”라는 게 법원의 설명이었다.

일각에선 특허청이 이미 판결이 난 사례로 ‘과잉 충성’을 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중소기업 기술 탈취 근절은 문재인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 중 하나다. 특허청 관계자는 “지난해 소송에선 공정거래법과 하도급법 위반을 따졌다”며 “적용 법률이 바뀐 만큼 위법성 판단도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