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노비즈(중소기업기술혁신)협회는 기술력을 인정받은 기업들 모임이다. 1만8000여 개 기업이 협회 회원사다. 그러나 요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성명기 이노비즈협회 회장은 “최근 자기 회사를 팔아 달라는 기업인이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상황이 어려워진 것만이 문제가 아니다. 성 회장은 “65% 상속세를 내고 가업을 승계하는 게 엄두가 나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기술혁신형 기업들인 이노비즈협회 회원사가 이 정도면 다른 중소기업은 상황이 더 좋지 않을 수밖에 없다. 작년과 올해 자식들에게 가업을 승계하겠다는 중소기업인 비중이 줄어드는 이유다.
상속세 부담에 사업전망 악화까지…혁신기업들마저 "팔아달라"
가업 승계하려는 중소기업 줄어

상속세와 관련해 중소기업인들은 이렇게 말했다.

“세금이 너무 많아 엄두도 못 낸다. 가업 승계 증여세 과세특례한도를 100억원에서 500억원으로 늘리고 상속세도 대폭 낮춰야 한다.”(수도권 A자동차부품업체 대표)

“경기가 좋을 때도 있고 안 좋을 때도 있는데 과세특례를 받았다는 이유로 직원 수를 10년간 그대로 유지하는 게 너무 힘들다.”(영남권 B레미콘업체 대표)

중소기업 창업자들이 자식들에게 가업을 물려주려는 이유는 ‘축적 기술, 경영 노하우 등 자산을 승계해 기업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97.2%)다. 하지만 말처럼 쉽지 않다. 상속세를 50% 내야 하고, 최대주주 할증까지 포함하면 상속 금액의 3분의 2가량이 세금으로 나간다. 이 자금을 마련하지 못하면 승계를 포기해야 한다. 쓰리세븐(손톱깎이), 농우바이오(종자), 유니더스(콘돔), 영실업(완구) 등이 이런 이유로 상속을 포기했다. 20년간 자동차 부품사업을 한 기업인은 “상속세로 고민하던 많은 기업인이 자동차산업 부진 등 경영난이 겹치자 상속을 포기하기로 결정해 몇 집 건너 한 집은 매물로 나왔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분위기는 중소기업중앙회 설문 결과에도 나타난다. ‘2018년 중소기업 가업 승계 실태조사’(500개 기업 대상)에 따르면 과도한 상속세와 불투명한 사업 전망 등으로 가업을 승계하려는 중소기업이 줄어들고 있다. 가업 승계를 계획 중인 중소기업은 지난해 67.8%에서 올해는 9.8%포인트 줄어든 58%로 뒷걸음질쳤다.

가업을 승계하면 세금을 공제해 주는 제도가 없는 것은 아니다. ‘가업상속공제제도’다. 이 제도를 활용하겠다는 기업인도 크게 줄었다. 지난해에 비해 16.0%포인트 하락한 40.4%였다. 까다로운 조건 때문이다. 가업상속공제는 업력 10년 이상, 직전 3년 평균 매출 3000억원 미만 기업이 승계할 때 가업상속재산을 최대 500억원까지 공제해 주는 제도다. 하지만 공제를 받으면 이후 10년간 자산과 가업 업종, 근로자 수를 유지해야 하는 게 부담이다.

이동재 알파문구 회장은 “과도한 상속세 부담을 못 이겨 해외로 사업장을 이전하거나 가업 상속을 포기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고 전했다.
상속세 부담에 사업전망 악화까지…혁신기업들마저 "팔아달라"
상속 쉽게 해야 장수기업 생겨

업계에서는 상속세를 대폭 내려야 자연스러운 가업 승계가 이뤄진다고 입을 모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직계비속에게 적용되는 상속세 명목 최고세율은 한국(50%)이 일본(55%) 다음으로 높다. 주식으로 직계비속에게 기업을 물려주는 경우 최대주주 주식 할증(최대 30%)이 적용돼 실제 부담 최고 세율은 65%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와 관련해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영계에서는 최근 가업 승계에 따른 상속세율을 현행 50%에서 25%로 줄여야 한다는 의견을 국회에 전달했다.

업계에서는 또 가업 상속의 공제 기준을 현행 매출 3000억원 미만 기업에서 1조원으로 올리고 공제금액 확대와 고용유지 의무조건 완화 등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중견기업 대표는 “가업상속공제를 활용해 기업을 물려받은 경영자는 업종과 고용을 10년간 유지해야 한다”며 “정규직 근로자 대신 전체 인건비를 유지하게 하거나 업종에 대한 범위를 넓히고 10년 유지 기간도 7년 이하로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오현진 중기중앙회 가업승계지원센터장은 “중소기업 가업 승계는 부의 대물림이 아니라 고용과 기술·경영의 대물림이자 제2의 창업이라는 사회적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며 “가업 승계를 통해 견실한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세제·자금·판로 지원 등 종합적 가업승계지원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진수/김기만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