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해 이후 반도체 호황이 우리 경제를 이끌어왔지만 앞으로 3∼4년 후 또는 5년 후를 내다보면 걱정이 앞서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주열 총재는 18일 서울 중구 한은 본부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송년 만찬에서 "반도체가 성장세를 지탱하고 있지만 이것도 얼마만큼 지속할지 자신할 수 없다"며 "반도체 경기가 급락하고 일부 어려움을 겪는 업종에서 치고 나가지 못한다면 우리 경제가 어떻게 될까 하는 생각이 든다"라고 했다.

이어 "우리 경제의 향후 성장동력을 어디서 찾아야 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더이상 대처를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강조했다.

내년도 경제 성장률 전망(2.7%) 하향 조정 여부는 결정하지 않았다고 이 총재는 밝혔다.

그는 "내년도 거시경제 흐름이 올해보다 크게 악화할 것 같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성장 경로에 여러 가지 리스크가 잠재해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정부가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통해 투자 활력을 높이기 위한 여러 대책을 내놓고 있다"며 상·하방 리스크가 모두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달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배경을 두고는 "금융 불균형 확대로 우리 경제의 취약성이 한층 커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결정"이라면서도 "우리 경제가 이번 금리 인상의 영향을 충분히 감내할 수 있다는 판단을 바탕으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금융 불균형을 축소하는 것은 그 성과가 당장 드러나지 않을뿐더러 계측하기도 쉽지 않고 우선은 금융비용 부담이 늘어나기 때문에 통상 인기가 없는 정책"이라면서도 "경제가 안정적 성장을 유지해 나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할 필요조건"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 총재는 "거시경제 안정, 금융안정이라는 한은의 책무가 상충해 올해 통화정책 방향을 결정하기가 무척 어려웠다"며 "(내년 통화정책 방향은) 거시경제, 금융안정 양쪽 리스크가 어떻게 변하는지 살펴보면서 결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켜봐야 할 대외리스크로 미국의 금리 인상, 미중 무역분쟁을 꼽았다.

이 총재는 "우리나라는 금융시장 개방도, 실물경제 대외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미국 통화정책 정상화 속도에) 예의주시하면서 대비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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