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만삭스 등 해외 주요 투자은행(IB)이 한국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줄줄이 낮추고 있다. 세계 경제가 둔화할 가능성이 큰 데다 무역갈등 확산 및 반도체 경기 악화 등으로 수출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서다.

골드만삭스, 내년 한국 성장률 전망 2.7%→2.5% 또 낮춰
골드만삭스는 17일(현지시간) 공개한 ‘2019년 아시아태평양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한국의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2.7%에서 2.5%로 0.2%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지난 8월 말 2.9%에서 2.7%로 한 차례 끌어내린 데 이어 4개월 만에 다시 성장률 전망을 조정한 것이다. 골드만삭스는 성장률 전망치를 낮춘 이유로 품목별로는 반도체, 시장별로는 중국 시장 수출 전망이 밝지 않고 무역갈등 확산으로 다른 주요 교역국의 성장이 둔화되는 점 등을 제시했다.

골드만삭스는 한국이 내년에 사회복지 분야 등을 중심으로 재정지출을 늘리겠지만 통화정책에선 금리를 크게 올리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급증한 가계부채에다 경기 요인도 감안해야 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주요 IB 9곳의 내년 한국의 성장률 예측치 평균은 2.6% 수준이다. 올초만 해도 성장률 전망이 2.9%에 달했지만 점점 낮아지고 있다. 지난달 영국계 바클레이즈는 한국의 내년 성장률 전망을 당초 2.7%에서 2.6%로 낮췄다. 씨티는 2.6%에서 2.5%로, 노무라도 2.7%에서 2.5%로 하향 조정했다.

바클레이즈는 건설투자 약화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며 설비투자 부진은 더 큰 우려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노무라는 성장률 전망을 낮춘 이유로 자동차와 조선업 구조조정, 금리 인상에 따른 단기적인 내수 충격, 기업·소비자 심리 악화 등을 꼽았다.

골드만삭스는 이와 함께 금융시장 여건이 나빠지고 글로벌 성장세가 둔화하면서 아시아태평양지역 전반의 성장세도 기존 전망보다 조금 둔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호주와 홍콩의 내년 성장률 전망은 기존 보다 높였고, 일본과 싱가포르에 대해선 기존 전망을 유지했다. 아태지역의 가장 큰 불확실성으로는 미·중 무역전쟁을 지목했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달러화가 예상보다 더 강세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재정 확대 정책 추진이 어려워진 데다 미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상도 막바지에 접어든 만큼 달러 가치는 정점에 다가선 것으로 분석했다.

아시아 각국의 통화는 Fed가 올해 금리를 인상한 영향으로 향후 몇 달간 절하 압력을 받겠지만 점차 회복돼 내년 말에는 지금보다 달러에 비해 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