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고객 로열티 얻으려면 '구매 행위' 아닌 '구매 동기'에 집중해야
4차 산업혁명 및 정보기술(IT) 분야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정보의 홍수라 할 만큼 사람들이 정보를 수집할 채널이 다양해지고 선택 폭이 매우 넓어졌다. 이로 인해 각 기업의 상품 및 서비스 경쟁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 더욱 스마트해진 소비자들은 손가락으로 몇 번만 터치해도 상품 가격, 품질, 심지어 다른 고객의 사용 경험까지 쉽게 알 수 있게 됐다. 오히려 자신이 사용하던 상품과 서비스, 브랜드 등을 아무런 미련 없이 이탈하는 현상까지 발생하고 있다.

고객이 쉽게 이탈할 수 있는 주요 원인 중 하나는 사용자가 서로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과거 소식을 접하기 위해 활용했던 공중파 방송의 뉴스나 일간지 기사 대신 최근에는 포털 사이트와 페이스북 또는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에서 시민들이 공유하는 소식과 의견에 의존하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 이런 매체들은 사람들을 수평적으로 연결했다. 소비자들은 상품이나 서비스의 구매의사 결정 과정에서 자기 자신의 선호에만 의존하던 습관에서 벗어나 친구, 친지, 동료들의 의견을 찾거나 이미 그 상품과 서비스를 경험한 사용자가 남긴 리뷰를 참고하는 경향이 온라인과 오프라인 모두에서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렇게 넘치는 정보와 연결로 인해 사람들은 원하는 정보를 독자적으로 찾아내고 이에 집중할 수 있는 능력이 저하되기 시작했다. 시간 제약이 큰 현대인들은 점차 타인들의 ‘추천’을 선호하고 신뢰하게 됐다.

세계적인 경영구루인 필립 코틀러는 그의 저서 《마켓 4.0》에서 이 같은 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5A’ 이론을 제시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소비자의 구매경로를 5A, 즉 ‘인지(Aware), 호감(Appeal), 질문(Ask), 행동(Act), 옹호(Advocate)’로 재정의했다. 기업이 궁극적으로 바라는 소비자의 행동은 기업이나 브랜드에 대한 ‘옹호’라고 주장했다. 이 단계에서 발생하는 고객의 심리가 바로 ‘추천’인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자사 브랜드를 지지해주는 강력한 로열티를 가진 확고한 옹호자를 만들어내고 이들로부터 자발적인 추천을 이끌어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다.

고객은 만족한다고 하면서도 이탈한다. 활발한 정보 탐색을 통해 더 만족할 만한 제품이나 서비스가 보인다면, 현재에 만족하고 있더라도 언제든지 다른 기업으로 떠나게 된다. 반면에 로열티를 보유한 옹호자들은 상품 및 서비스를 계속 이용하고, 재구매하며, 타인에게 추천한다. 그들은 경쟁사의 가격과 서비스 등에 영향을 덜 받으며, 이런 성향은 지속적으로 판매와 수익성에 크게 영향을 주는 확고한 자산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 기업들은 강력한 로열티를 보유한 옹호 고객의 확보와 이들의 ‘추천’ 유도를 통해 더 큰 성장과 수익 실현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대부분 기업은 주로 차별화된 보상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고객 로열티 구축을 추진해왔다. 시행 초기에는 이런 방식이 로열티 형성에 기여했지만, 경쟁 기업들이 유사 프로그램을 도입하자 더 이상의 차별성을 상실하게 됐다. 제대로 된 의미의 고객 로열티 구축을 위해서는 과거 데이터에 입각한 획일적인 프로그램 시행이나 물질적인 보상만으론 부족하다. 고객에게 더 나은 서비스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로열티를 확보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다양한 채널에서 개인화된 경험을 일관성 있게 제공해야 한다. 각 기업은 모바일과 웹 등의 채널에서 개인 고객들로부터 얻을 수 있는 모든 데이터를 통해 고객에게 개인화되고 맞춤화된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 기업은 고객과 만나는 모든 접점에서 개별 고객의 특성, 선호, 취향, 구매 의도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한 개인화된 경험을 일관되고 지속적으로 전달해야 한다.

정서적 유대감을 형성하는 것도 중요하다. 진정한 고객 로열티는 재구매, 반복 구매 등의 ‘구매 행위’에 의해 형성되기보다는 소비자가 진심으로 제품과 서비스에 만족할 때 발생하는 ‘구매 동기’, 즉 정서적인 측면에 의해 구축된다. 따라서 고객 로열티 확보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소비자의 ‘구매 행위’에 집중하지 말고, ‘구매 동기’를 유도할 수 있도록 정서적 유대감을 형성해야 한다.

진정한 고객가치 제공을 위해서는 진솔하게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한다. 최근 사람들이 다양한 채널을 통해 광범위한 정보에 신속하게 접할 수 있게 되면서, 지속적인 관계형성을 위해서는 정보의 투명성이 불가피한 요소가 됐다. 과거와 같은 정보의 교묘한 통제는 고객과의 관계를 불안정하게 만들 뿐 아니라 진실성의 부족으로 고객의 부정적인 의사결정을 초래할 뿐이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