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내년에 6조원 이상을 사옥 건설 및 공장 증설 등에 앞당겨 투자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에 나선다. 현대자동차그룹의 신사옥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SK하이닉스가 참여하는 반도체 특화클러스터 등이 대상이다.

6兆+α…막혀있던 대규모 기업투자 '속도'
정부가 17일 발표한 ‘2019년 경제정책방향’에는 행정절차를 신속하게 처리하거나 이해관계 조정 등을 통해 그동안 막혀 있던 대규모 기업투자 프로젝트의 조기 착공을 추진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총 6조원 이상의 기업투자 프로젝트다. 1순위 정책과제인 경제활력 회복에서도 맨 앞 순서로 배치됐다.

정부는 우선 현대차그룹이 서울 삼성동에 3조7000억원을 투자해 지으려는 105층짜리 신사옥 GBC에 대한 수도권정비위원회 심의를 내년 1월 마무리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의 GBC는 대규모 민간투자가 정부 규제에 막혀 있는 대표적 사례로 꼽혀왔다. 현대차그룹은 2014년 첫 건설계획을 밝혔지만 아직 착공을 못하고 있다. 착공을 위한 사실상 마지막 관문인 국토교통부의 수도권정비위원회 심의를 통과하지 못해서다. 강남으로 인구가 집중되는 데 대한 대책이 미흡하다는 게 주된 이유였지만, 강남 집값을 다시 끌어올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컸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 “그동안 인구 유발효과 저감 방안 등 많은 논의를 했고, 최근 이 절차가 마무리됐다”며 “이번주 실무위원회를 열어 통과되면 내년 1월까지 본회의 심의가 마무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심의를 통과하면 서울시의 건축 허가 등을 거쳐 이르면 내년 상반기 내 착공에 들어갈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SK하이닉스가 참여하는 1조6000억원 규모의 수도권 반도체 특화클러스터 착공도 조기 추진된다. 정부는 글로벌 반도체 수요와 중국의 추격에 선제 대응해 대·중소 협력업체가 함께 입주하는 반도체 특화클러스터가 조성되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5000억원 규모의 서울 창동 K팝 전용 공연장 설치도 서두르기로 했다. 외국인 관광객 유치와 일자리 기반 마련 등을 위해서다. 민간투자사업 적격성 조사 등을 바탕으로 공연장을 설치하겠다는 방침이다.

2000억원 규모의 자동차 주행시험로 건설 공사도 조기 추진된다. 내년 9월 유럽연합(EU)의 배출가스 기준 강화에 맞춰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정부는 EU 기준 테스트를 위해 3.5㎞ 이상의 직선 주행시험로가 설치되도록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