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 재보험 시장에서 점유율 88%라는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20여 년간 경쟁사업자의 시장 진입을 차단한 코리안리재보험이 70억원 이상의 과징금을 물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국내 일반항공보험 재보험 시장에서 잠재적 경쟁사업자의 진입을 막은 혐의(공정거래법 위반)로 코리안리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76억원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17일 발표했다. 코리안리는 1999년 4월부터 지난달까지 국내 일반항공보험 재보험 시장에서 모든 손해보험사가 자신과만 거래하도록 하는 등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한 혐의를 받는다.

일반항공보험은 구조·산불 진화 등에 이용하는 헬리콥터나 소형 항공기가 드는 보험이다. 국내 일반 항공기 380여 대는 국내 11개 손보사를 통해 이 보험에 가입하고 있으며 시장 규모는 작년 기준 290억원이다. 사고가 나면 지급해야 하는 보험료가 크기 때문에 재보험이 필수적이다. 재보험이란 보험 보상 책임을 다른 보험사에 넘겨 위험을 분산하는 보험을 말한다.

코리안리는 국내 일반항공보험 재보험 시장 점유율이 88%(2013∼2017년 평균)에 이르는 등 사실상 독점사업자 지위를 50년째 유지하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코리안리가 자신들하고만 재보험 계약을 하도록 손보사들과 특약을 맺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코리안리는 특약에서 벗어나려 한 손보사에는 보험 관련 조달청 입찰 컨소시엄의 참가 지분을 줄이도록 하는 등 불이익을 줬다. 해외 재보험사와 국내 손보사의 거래를 중개한 한 보험중개사 담당 직원에 대해 징계를 요청하는 등 ‘갑질’을 하기도 했다. 코리안리는 국내 진출 가능성이 큰 해외 재보험 업체와는 재재보험(국내 재보험을 다시 재보험하는 것) 계약을 맺었다. 이 해외 업체는 코리안리의 관계를 고려해 국내 진출을 적극적으로 시도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공정위는 코리안리의 이런 행위로 국내 일반항공보험과 재보험 시장의 경쟁이 크게 제한됐다고 판단했다.

코리안리 관계자는 “다음달 중순께 공정위의 제재 결정문을 접수하면 내부 검토를 거쳐 행정소송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태훈/서정환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