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철강업체들의 내년도 실적에 경고등이 켜지고 있다.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미국의 철강 수입 제재와 내수 부진 등 이중고에 시달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17일 포스코경영연구원에 따르면 내년 국내 철강 생산량은 약 7648만t으로 올해(약 7551만t)보다 1.2%가량 증가하는 데 그칠 전망이다. 같은 기간 수출은 3078만t에서 3106만t으로 약 0.9%, 내수는 5310만t에서 5331만t으로 0.3% 정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포스코경영연구원 관계자는 “내년에도 철강 수요 산업이 부진하고 통상 환경은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며 “내수와 수출 모두 증가세가 둔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설 곳 없는 한국산 철강

철강업계는 미국에서 시작된 보호무역주의가 다른 국가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유럽연합(EU), 캐나다, 인도, 터키 등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철강·알루미늄 관세 부과에 보복 관세를 부과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서다. 김영상 포스코대우 사장은 지난 12일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통상위원회에 참석해 “세계경기 악화와 보복관세 등으로 통상환경이 좋지 않다”며 “내년 철강 경기 전망도 밝지는 않다”고 말하기도 했다.

주요 철강 수출국이 수입 장벽을 높이려고 하는 까닭은 미국이 지난 6월부터 외국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각각 25%, 10%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관세를 면제받는 대신 연간 대미 철강 수출량을 2015~2017년 평균 수출량의 70%인 263만1012t으로 제한했다. 최근에는 보호무역주의 여파로 세계 경기가 침체하면 트럼프 행정부가 수입 제재 강도를 낮출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세계 철강 생산능력의 과잉 해소가 미국의 목적이기 때문에 장기화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세계 철강업계의 큰손 중국이 생산량을 조절할지도 관심이다. 그동안 중국은 연간 철강 생산을 줄이는 정책을 펼쳐왔는데 내년부터 20%가량 생산을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내년에 약 2억t에 달하는 철강이 시장에 추가 공급된다. 이 중 상당 물량이 한국으로 들어와 한국 철강업체를 위협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이중고' 겪는 한국 철강…내년에도 '암울'
○자동차·건설 산업 위축

자동차와 건설 산업 위축에 따라 국내 철강 수요도 꽁꽁 얼어붙고 있다. 포스코경영연구원에 따르면 내년 국내 자동차업계의 생산량은 388만 대로 올해보다 소폭 감소할 전망이다. 내수 판매량은 개별소비세 인하 종료와 금리 인상에 따른 소비 위축으로 올해(153만3000여 대)와 비슷할 것으로 관측된다. 포스코경영연구원 관계자는 “아르헨티나·터키 금융 불안, 이란 경제 제재 등에 따른 신흥국 수요 감소로 수출도 내년까지 7년 연속 감소할 것 같다”고 내다봤다.

내년 국내 건설 투자는 230조원으로 올해(240조9000억원)보다 4.5%가량 감소할 전망이다. 정부의 부동산 안정화 정책과 부진한 토목 수주 실적이 주요인으로 지목된다. 내년 토목 부문 투자는 1995년 이후 최저치인 62조원 안팎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건축 부문은 주택·금융 규제 등으로 인해 올해(177조원)보다 5%가량 감소한 168조원을 기록할 것으로 관측됐다.

이 때문에 자동차 생산과 건설에 쓰이는 철강 제품 수요가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그나마 조선업이 살아나고 있어 전체적인 철강 수요가 확 줄진 않을 것 같다”면서도 “건설에 많이 사용되는 철근은 주택 경기 하락으로 내년에 수요가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