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10명 중 7명은 내년 경제가 나빠질 것으로 내다봤다. 10명 중 6명은 올해 살림살이가 지난해보다 빠듯해졌다고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기업뿐 아니라 일반 국민 사이에서도 경제 불안심리가 확산하고 있는 만큼 과감한 규제 완화로 기업이 투자와 일자리를 늘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여론조사업체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6, 7일 성인 남녀 1037명을 전화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0.9%가 내년 경제 전망에 대해 ‘부정적’이라고 답변했다고 16일 발표했다. ‘긍정적’이라고 답한 사람은 11.4%에 그쳤다. 응답자의 62.0%는 올해 살림살이가 작년보다 나빠졌다고 했다. 경제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중점 추진해야 할 정책으로는 일자리 창출(26.3%)이 1순위로 꼽혔다. 응답자들은 기업 활력 제고와 고용 창출을 위해 정부가 해야 할 조치로 △투자 활성화를 위한 전폭적인 규제개혁(25.2%) △경쟁력 제고를 위한 기업 지원(20.5%) 순으로 답했다.

한경연 "일자리 창출하려면 규제 완화 우선돼야"

설문 응답자들이 기업 활력을 높이고 일자리를 창출하려면 규제 개혁과 노동 유연성 확대가 중요하다고 답변한 이유는 각종 규제와 노동 경직성에 막혀 일자리 창출의 ‘기회’가 사라지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게 한국경제연구원의 분석이다.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이 통과하는 데 536일이 걸릴 정도로 규제 개혁 속도가 느린 게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한경연 관계자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근로시간 단축(주 52시간 근무제) 등 노동 경직성을 높이는 정책이 동시다발적으로 추진되는 데 비해 노동 유연성을 높이는 조치는 사실상 전무해 기업들이 투자 의욕을 잃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 10명 중 7명 "내년 경제 나빠질 것"
올해 겪은 가장 큰 어려움을 묻는 질문에는 물가 상승(26.3%)과 소득 정체(21.0%)를 꼽은 응답자가 많았다. 통계청이 지난달 발표한 소비자 물가는 농산물과 개인서비스 물가 상승으로 2개월 연속 2%대 올랐다. 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로 저소득층 가계소득 감소가 겹치면서 서민층이 겪는 고통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내년 우리 경제의 가장 큰 위협 요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물음에는 △경제성장률 저하(22.1%) △가계부채 증가(22.1%) △민간소비 부진(12.5%) △재정건전성 악화(11.1%) 순으로 답변이 많았다. 각종 경기 지표가 한국 경제에 ‘경고음’을 울리고 있는 것과 맥을 같이한다. 국제통화기금(IMF)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2.6%, 2.8%로 하향 조정했다. 가계부채는 2013년 1000조원을 돌파한 뒤 5년 만인 올 3분기에 1500조원을 넘어섰다.

반도체 등 한국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수출 제조기업들도 내년 경제 전망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한경연이 지난달 3일부터 한 달간 제조업 매출 1000대 기업을 대상으로 내년 수출 전망을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 10곳 중 8곳이 “내년 수출이 올해와 비슷하거나 나빠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보호무역주의 확산, 글로벌 경기 침체, 유가 및 원자재값 상승 등으로 내년 수출 여건이 녹록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다.

추광호 한경연 일자리전략실장은 “하반기 들어 국민의 경제 체감도가 급랭했는데 뚜렷한 돌파구가 보이지 않아 내년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 활력을 높이기 위해 각종 규제 완화를 통한 투자 활성화와 노동 유연성 확대 정책으로 물꼬를 트는 일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