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민연금법에 ‘국가가 연금 지급을 보장한다’는 내용을 명문화하기로 했다. 기금 고갈에 대한 현재 세대의 막연한 불안을 해소하겠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미래 세대에는 기금 고갈 뒤 세금으로 국민연금을 메워야 하는 것 아니냐는 또 다른 불안만 키울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건복지부가 14일 발표한 국민연금 개편안에는 ‘국가 지급 보장’ 명문화 추진 계획이 담겼다.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국민연금법에 연금 지급을 국가가 보장한다는 취지가 명확하게 나타나도록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에 대한 신뢰도를 높일 수단이라는 설명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8월 지시한 사항이기도 하다.

현행 국민연금법은 ‘국가는 연금 급여가 안정적·지속적으로 지급되도록 필요한 시책을 수립·시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만으로도 기금이 고갈될 경우 국가가 책임을 부담한다는 해석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게 법조계의 분석이다.

그럼에도 일부 시민단체는 기금 고갈에 따른 국민 불안을 해소해야 한다며 명문화 필요성을 줄곧 주장했다. 그러나 국가 지급 보장을 명문화하면 오히려 더 큰 논란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우선 현재 세대는 불안을 해소할 수 있을지 몰라도 미래 세대는 구멍 난 국민연금을 세금으로 메워야 하는 것 아니냐는 또 다른 불안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박 장관은 ‘국민연금법에 적자 보전이라는 문구가 들어가냐’는 질문에 “지급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적자가 보전돼야 한다”고 말했다. 적자 보전을 위한 재정은 결국 국민 세금이다.

연금 지급 보장을 명문화한 해외 사례도 찾기 힘들다. 일본은 지급 보장 규정이 없다. 독일은 지급 보장 규정이 있지만 우리와 달리 매해 필요한 급여를 보험료로 걷어 지급하는 ‘부과방식’이어서 직접 비교하기는 힘들다.

국민연금연구원 관계자는 “우리처럼 적립방식으로 연금제도를 운영하는 나라 중에선 명문화를 규정한 곳이 없다”고 말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