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분기는 가전업계 최대 성수기다. 블랙프라이데이(추수감사절 다음날), 사이버먼데이(추수감사절 이후 첫 월요일), 박싱데이(크리스마스 다음날) 등 초대형 할인 행사가 줄줄이 이어진다. 11월 블랙프라이데이 시즌 매출은 4분기(10~12월) 전체의 향방을 가르기도 한다.

글로벌 TV전쟁…QLED > OLED 예상보다 빨랐다
삼성전자가 블랙프라이데이 시즌에 TV 시장 최대 격전지인 미국에서 승기를 잡은 것으로 나타났다. 10~11월 미국 시장에서 벌어들인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0% 늘어났다. 프리미엄 제품을 중심으로 판매량이 급증했다. 같은 시기 미국에서 판매된 4K UHD 이상 제품 2대 중 1대가 삼성전자 제품이었다. 양자점발광다이오드(QLED) TV의 경우 전년 동기 대비 판매량이 6배로 늘었다.

프리미엄 제품을 중심으로 공격적인 할인 전략을 편 것이 주효했다. 블랙프라이데이 같은 대규모 할인 행사에 주로 판매하는 제품은 저가형 제품이다. 삼성전자는 베스트바이 등 북미 유통 업체와 손잡고 4K QLED 등 고가 제품을 500달러 이상 할인하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했다.

내부적으로는 QLED TV 판매량이 4분기에 처음 100만 대를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LG전자, 소니를 중심으로 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진영’을 내년은 돼야 추월할 수 있을 것이라던 시장 예측을 앞지르는 추세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지난 3분기에 이미 OLED TV 시장을 처음 추월했다”며 “4분기에도 실적 호조세가 이어지면서 올해를 기점으로 QLED TV 판매량이 OLED TV를 넘어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가 QLED TV를 통해 ‘OLED 진영’과 신경전을 벌이는 이유는 이들 제품이 프리미엄 시장의 점유율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2006년부터 글로벌 TV 시장 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다. 저가형 제품부터 프리미엄 제품에 이르기까지 골고루 시장을 장악했다. ‘덩치’로는 승부를 낼 수 없다고 판단한 LG전자와 소니는 고가의 OLED TV를 중심으로 ‘프리미엄 전략’을 폈다. 한동안 2500달러 이상 제품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입지가 좁아진 배경이다. 삼성전자는 ‘초대형(75인치 이상)’ ‘초고화질(8K)’ 제품을 앞세워 다시 프리미엄 시장의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IHS마킷에 따르면 지난 3분기 2500달러 이상 TV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가 45.2%, 소니가 25.5%, LG전자가 21.3%였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