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④]자동차 없이 이동, 어디까지 진화했나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도 대중교통 시스템을 잘 갖춘 나라로 꼽힌다. 그럼에도 차를 소유하지 않은 상황에서 대중교통에만 의지한 이동은 불편이 따를 수밖에 없다. 대중교통의 간극을 메우고 차 없이도 자동차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최근 다양한 모빌리티 서비스가 등장하는 배경이다. 도심과 여행지를 오가며 직접 모빌리티 서비스를 체험했다.
▲출근(구의동-홍대, 카풀앱 풀러스)
최근 택시업계와 갈등을 빚는 카풀 서비스를 이용해 출근길에 도전했다. 현재는 평일 오전 5시~10시, 저녁 5시~익일 새벽 2시 출퇴근 시간에만 카풀을 이용할 수 있다. 요즘 가장 이용률이 높다는 '풀러스' 앱을 다운받아 개인정보와 결제카드를 등록하고 이동 경로를 선택한 후 매칭을 시도했다. 드라이버 측의 취소가 2~3회 반복된 후 기아차 스포티지가 익일 오전 7시30분 구의역 근처에 도착하는 것으로 배정됐다.
이튿날 약속 시간 10분 전 이미 예약차가 비상 깜빡이를 켜고 대기하고 있었다. 운전자는 40대 직장인 남성이다, 홍대에서 기자를 내려준 뒤 본인의 상암동 사무실로 이동하는 경로다. 이동 중 운전자를 통해 업계의 에피소드 등을 들을 수 있었다. 고가 수입차가 매칭될 때까지 예약과 취소를 반복하는 탑승객, 고급차를 무기 삼아 여성 승객에게 작업(?)을 거는 드라이버의 얘기 등이다. 서로를 평가할 수 있는 별점 시스템을 마련, 승객이 탑승하거나 드라이버가 승객을 태울 때 이를 참고하면 된다.
이 날은 대입 수학능력 시험날이라 도로가 평소보다 한가했다. 결제금액은 첫 이용쿠폰 5,000원을 써서 7,250원을 결제했다. 할인을 받지 않아도 택시요금보다 약간 적은 수준이다. 카풀의 택시 시장 잠식 가능성은 충분히 짐작된다.
▲점심 미팅(홍대-광화문, 카셰어링 왕복 서비스)
광화문 인근 점심약속을 위해 쏘카 카셰어링 서비스를 이용했다. 비교적 저렴한 대여료 덕분에 이용률이 높은 경차와 소형차는 대개 일찍 소진되는 편이다. 이 날 오전 11시30분쯤 사무실 인근 쏘카존에서 경차는 모두 예약이 불가한 상태. 어쩔 수 없이 현대차 아반떼를 대여했다.
주유게이지가 거의 바닥이라 기름을 채웠다. 왼쪽 전면 유리에 부착된 주유 전용 카드로 결제하면 된다. 만약 본인 비용으로 세차 후 인증샷을 올리면 1만 원의 혜택을 주기도 한다. '주유할 때도 이 같은 혜택을 주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주유소에 들르는 일 역시 나름의 수고가 들어가기 때문이다.
약속을 끝내고 대여시간보다 30분 정도 빠른 3시간30분 후 반납했다. 월정기 구독서비스 '쏘카패스'를 이용하고 있어 대여료 50%를 할인받아 1만1,470원과 보험료 3,910원, 주행요금(25㎞) 4,500원 등 총 1만9,880원을 결제했다.
▲오후 미팅(홍대 인근, 서울시 따르릉 자전거 공유)
오후 외부 미팅장소는 출발지에서 2㎞ 거리였다, 대중교통을 활용하기엔 노선이 없고, 걷기에도 애매했다. 그래서 서울시가 제공하는 공유자전거 서비스 '따릉이'를 이용하기로 했다. 앱 다운로드 후 신용카드를 등록하고 1일 2시간 기준 2,000원의 이용료만 내면 된다. 회원 가입을 하지 않아도 휴대폰 결제는 기본이다.
홍대역 인근은 사무실 밀집지역인 데다 관광객이 몰려 따릉이 이용률이 서울시내에서 가장 높은 편이다. 대여소도 역 인근에 2곳이 있다. 무인 거치대에 도착하니 이미 3분의 2 이상이 대여된 상태였다. 앱을 통해 예약한 7번 슬롯에 있는 자전거를 타고 이동했다.
운행중인 2만 대의 자전거 중 고장으로 창고에 대기한 자전거가 절반에 가깝다고 하니 정비인력의 확충이 시급해 보인다. 다행히 빌린 자전거의 상태는 양호했다. 기어도 3단까지 조절 가능하며 누구나 타기 쉽다. 앞쪽에 있는 바구니는 가방 등을 실을 수 있다. 핸들 아래 모니터에는 잔여 대여시간과, 주행거리, 그에 따른 칼로리 소모량 등이 나와 있다.
▲귀가(강남-구의동, 라이드헤일링 '타다')
'타다'는 쏘카의 자회사인 브이씨앤씨가 올해 10월 출시한 새로운 모빌리티 플랫폼이다. 앱을 통해 호출하면 '바로배차' 시스템을 통해 이용자 근방에서 가장 먼저 도착할 수 있는 차를 연결한다. 서울 내 300여 대의 기아차 카니발이 서비스를 위해 운행중이다.
저녁 일정이 끝나고 오후 11시 무렵, 목적지가 비슷한 일행 총 4명이 타다를 이용해 귀가하기로 했다. 앱을 통해 출발지와 목적지를 입력하고 예약을 완료하니 1분여 채 되지 않아 배차가 끝났다. 타다의 드라이버는 콜이 잡히면 승객이 타기 전까지 목적지를 알 수 없는 시스템이어서 승차 거부를 원천 차단할 수 있다.
차가 도착했다는 알림이 울리고 약속 장소에 가니 11인승 카니발이 있다. 승차정원은 6명으로 한정하며, 1열 조수석 탑승도 금지한다. 목적지는 중간에 임의로 바꿀 수 있으며 경유지를 추가해도 상관없다. 주행거리에 따른 요금산정 방식이기 때문이다. 승차 정원에 따른 요금 차별도 없어 4명 이상이 이용하면 비용 면에서도 상당히 유리하다. 단점은 예약콜을 받을 수 없는 점이다. 그래서 이용률이 비교적 높은 밤 12시 이후 배차를 받는 건 쉽지 않다는 게 운전자의 설명이다. 이동 서비스 지역도 서울 근방이고, 300대에 불과한 차 역시 향후 늘려야 할 과제다.
요금은 총 2만900원에서 첫 이용 시 제공하는 5,000원 할인쿠폰을 써서 최종 1만5,900원을 결제했다. 일반택시보다 20% 정도 높은 수준이지만 승차거부에 대한 걱정과 쾌적한 탑승환경을 고려한다면 앞으로 이용률이 꽤 높아질 것 같다. 반면 여러 이동 수단을 이용하는 동안 대중교통은 타지 않았다. 대중교통에서 개인교통으로 이동의 비중이 넘어가는 것이니 반드시 좋은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개인의 편익과 사회적 피해를 충분히 고려하면서 카풀 등이 확대돼야 한다.
김성윤 기자 sy.aut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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