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정 한국맥널티 대표가 충남 천안 본사 사무실에서 새로 진출한 푸드테크 사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전설리 기자
이은정 한국맥널티 대표가 충남 천안 본사 사무실에서 새로 진출한 푸드테크 사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전설리 기자
2011년 9월 스타벅스가 인스턴트커피 ‘비아’를 국내 시장에 선보였다. 원액을 추출해 건조한 기존의 인스턴트커피와 달리 원두 자체를 미세 분쇄해 매장 커피와 비슷한 맛을 낸 혁신적인 인스턴트커피였다. 대형마트 원두커피 판매 1위 업체 한국맥널티의 이은정 대표는 비아를 보고 “푸드테크(식품가공 기술)에 새로운 길이 있겠다”고 생각했다. 이후 비아 생산기술과 같은 기술을 보유한 국내 기업을 찾아나섰다. 2014년 제이씨나노텍을 인수했다. 해외로도 최신 설비를 찾으러 다녔다. 국내 대학과 손잡고 연구개발(R&D)도 진행했다. 이렇게 7년여간 확보한 기술을 토대로 지난 10월 말 충남 천안시 성환읍에 신공장을 지었다. 이 대표는 “국내 어떤 업체도 도전하지 않은 신기술”이라고 강조했다.

“원재료보다 흡수율 높은 혁신 가공법”

이은정 대표 "천연의 맛·영양 그대로 살린 '혁신 푸드테크'로 퀀텀점프"
이 대표는 “커피뿐만 아니라 인삼 등 모든 식품을 비아 커피와 같은 방식으로 가공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실험에 나섰다. 연구소 직원들과 생인삼을 가공(초저온 동결건조와 초미세 분쇄)한 가루를 우유에 탔다. 생인삼을 갈아 우유에 넣은 것과 같은 맛과 향, 질감을 느낄 수 있었다. 가능성을 엿본 그는 2016년 기존 커피와 제약 공장 옆에 3860㎡ 규모의 신공장을 착공했다.

신공장에선 모든 식품 등 원료를 원재료 그대로 최저 영하 196도의 온도에서 동결건조하고 5~20마이크로미터(㎛·1㎛=100만 분의 1m) 크기로 분쇄해 가루 또는 과립형으로 가공할 수 있다. 기존 식품 가공법과 다른 점은 건강을 해치는 것으로 알려진 첨가물을 넣지 않고 천연의 맛과 향은 물론 영양, 질감까지 보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초미세 입자로 가공하기 때문에 흡수율이 원재료보다 뛰어나다. 그대로 먹기 힘들지만 건강엔 좋은 홀푸드(뿌리 잎 등 식물 전체)를 가공, 섭취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예컨대 단단한 물성 때문에 끓여 우려내 섭취할 수밖에 없는 가시오가피는 기존 방식으로 먹으면 영양소 흡수율이 3%에 그친다. 하지만 신공장에서 가공하면 96% 이상의 영양소를 섭취할 수 있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한국맥널티는 신공장 설비 기술력을 입증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지원을 받아 이화여대·한국기술교육대와 공동으로 다양한 원료의 영양소 흡수율 등 데이터를 구축했다. 화장품 원료로 많이 쓰이는 줄기세포 콜라겐 히알루론산 등도 같은 방식으로 가공할 수 있다.

이 대표는 “흡수율이 높기 때문에 적은 양밖에 먹을 수 없지만 많은 영양분 섭취가 필요한 노인식, 환자식에 적용해도 좋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양한 분야와 협업 추진”

한국맥널티는 원두와 인스턴트커피를 생산해 대형마트 편의점 등에서 판매하는 커피업체다. 이 대표는 국내에 원두커피 개념조차 생소하던 1997년 창업해 20여 년간 원두커피 시장을 개척했다. 이후 제약에 이어 푸드테크 신사업에 도전한 것이다.

그는 “국내 식품 화장품 등 다양한 분야의 업체와 협업하고 융합기술을 개발해 원료 플랫폼 업체로 키우고 세계 시장에도 진출할 것”이라고 했다. “이미 찬물에서도 바로 우러나는 허브티 등을 개발해 생산하기 위해 미국 차(茶)업체와 논의 중”이라고 덧붙였다. 신사업을 통해 300억원대 매출을 2020년까지 1000억원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이 대표는 “남들이 가지 않는 길에 도전하는 것이 진정한 기업가정신이라고 생각해 신사업에 뛰어들었다”며 “국내 많은 기업이 한국맥널티와 협업해 세계 시장에 함께 진출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천안=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