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앞서 이낙연 국무총리 등 국무위원들과 차를 마시며 환담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 총리, 문 대통령, 홍남기 신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세종=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앞서 이낙연 국무총리 등 국무위원들과 차를 마시며 환담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 총리, 문 대통령, 홍남기 신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세종=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취임 일성으로 ‘최저임금 보완’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내년 1분기까지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 방안을 마련해 2020년부터는 최저임금이 급격히 오르지 않도록 속도 조절에 나서겠다는 구체적인 실행계획도 밝혔다. 홍 부총리는 또 경제가 엄중한 상황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소득주도성장과 공정경제도 중요하지만 경제 활력을 찾는 데 당분간 역점을 두겠다”고 했다. 기재부는 오는 17일 자동차 조선 등 주력산업 활성화 방안을 담은 내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할 계획이다.

“최저임금 때문에 경제 심리 악화”

홍 부총리는 1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최저임금 등과 같이 시장 기대에 비해 속도가 빨랐던 일부 정책은 적극 보완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취임식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최저임금이 예상보다 빨리 올라 부담을 주고 있다”며 “내년 5월이면 최저임금위원회에서 2020년분 최저임금이 결정되기 때문에 그에 앞서 내년 1분기까지 결정구조 개편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 부총리가 검토하는 방안은 최저임금위를 이원화해 구간위원회가 경제지표 등을 감안한 합리적인 최저임금 구간을 설정하고, 결정위원회가 구간 범위 내에서 최종적으로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방식이다. 최저임금이 친(親)정부 성향 공익위원들의 입김에 좌우되는 것을 최소화하고 경제 영향을 고려해 결정되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홍 부총리는 ‘민간이 경제를 하려는 동기가 왜 낮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도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 근로제 등 일부 정책이 시장에서 우려로 나타나면서 경제 심리가 더 떨어졌다”고 답했다. 그는 “고용·분배 등 국민이 체감하는 지표가 어려운 만큼 우리 경제 상황을 엄중하게 보고 있다”며 “혁신성장과 소득주도성장, 공정경제 어느 것 하나 버릴 게 없지만 당분간 경제 활력을 찾는 데 역점을 두겠다”고 강조했다.

“핵심과제 내년 상반기까지 매듭”

홍 부총리는 혁신성장과 관련해 “민간의 도전과 혁신을 뒷받침할 수 있는 정책들은 그 속도와 강도를 더 높여야 한다”며 이른 시일 안에 성과를 내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이익집단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규제개혁과 관련해선 “대화, 타협, 양보, 조율에 의한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홍 부총리는 “과감한 결단과 실천이 필요할 때는 망설이지 않겠다”며 “핵심과제는 ‘내년 상반기까지 매듭짓겠다’는 각오로 구체적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카카오 카풀 서비스 도입을 둘러싼 택시업계 반발에 대해서는 “기존 택시 기사분들을 위한 상생의 길을 많이 검토했고, 앞으로 설득과 협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기재부는 내년 경제정책방향에 혁신성장 방안은 물론 자동차 조선 반도체 등 주력산업 분야 활성화 대책도 구체적으로 담을 계획이다.

“기업인과 소통 가장 많이 하겠다”

홍 부총리는 청와대 참모를 비롯한 경제팀 내부 소통에 대해서도 견해를 밝혔다. 그는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과는 매주 금요일 고정적으로 만나 의견을 조율하겠다”며 “필요하면 관련 장관이나 수석도 참석하는 비공식 협의체를 수시로 가동할 것”이라고 했다.

홍 부총리는 경제 현안에 관해 문재인 대통령과 자주 의견을 나눌 것이라는 의지도 밝혔다.

그는 “대통령께 격주로 보고할 수 있는 ‘격주례 보고’를 실제 요청했다”며 “국무조정실장 시절 대통령과 국무총리의 매주 현안 보고에 배석한 경험에 비춰 볼 때 격주 보고가 매우 유용한 소통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과의 소통도 강화하겠다고 했다. 홍 부총리는 “자영업자, 소상공인, 중견·중소기업, 대기업 기업인을 가장 많이 만나는 부총리가 되겠다”고 덧붙였다.

임도원/김일규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