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 내년 하반기 상장

2조~5조 추가 자본확충 필요…새 회계기준 선제적 대비
"4차산업혁명 선도 금융사될 것"

재무적 투자자 지분매입 요구에, 상장으로 투자금 회수 길 열어
IPO 후에도 신 회장 경영권 안정…중소형 보험사 M&A 나설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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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업계 비상장사 중 마지막 남은 ‘대어’로 꼽히는 교보생명이 11일 기업공개(IPO) 추진을 공식화했다. 내년 하반기께 상장이 완료되면 1989년 IPO를 검토하기 시작한 지 30년 만에 결실을 맺게 된다. 교보생명은 1989년부터 IPO를 추진해 왔지만 잇단 내외부 변수로 번번이 무산됐다. 교보생명의 이번 IPO 추진 결정은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에 따른 자본 확충 필요성에 더해 재무적투자자(FI)들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신창재 회장(사진)이 던진 승부수라는 것이 보험업계의 분석이다.

새 제도 도입으로 자본 확충 필요

교보생명은 보도자료를 통해 “새롭게 도입되는 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K-ICS·킥스)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고 자본을 확충하기 위해 IPO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교보생명의 지급여력(RBC) 비율은 지난 9월 말 기준 292%로, 금융당국의 권고치(150%)를 훨씬 웃돈다. RBC 비율은 보험회사의 보험금 지급 여력을 평가하는 핵심 지표다.

하지만 2022년 IFRS17과 킥스가 도입되면 2조~5조원가량의 추가 자본 확충이 필요하다는 것이 교보생명의 판단이다. 보험사 부채를 현행 원가에서 시가로 평가하는 IFRS17과 킥스가 도입되면 RBC 비율은 대폭 하락한다. 교보생명은 정확한 규모는 아직 정하지 못했지만 자본 확충은 불가피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IPO가 순조롭게 진행되면 업계 최상위 수준의 재무건전성을 유지할 것으로 교보생명은 기대하고 있다.

교보생명은 지난해 7월 5억달러(약 56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해외에서 발행한 후 1년 만인 지난 7월 10억달러(약 1조12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해외에서 발행하려고 했으나 중단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해외 채권 금리가 크게 상승하는 등 발행 조건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상장 공모에 나서기로 하면서 고리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은 접기로 했다.

교보생명의 IPO 주관사인 크레디트스위스와 NH투자증권도 새 제도 시행에 따라 상장을 통한 자본 확충에 서둘러 나서야 한다는 보고서를 최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관사들은 보고서에서 “규제가 확정되기 전이라도 선제적으로 증자를 추진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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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 달래려는 포석도

교보생명의 FI가 보유 지분에 대해 풋옵션(매도청구권)을 행사하겠다고 신 회장을 압박한 것도 최근 국내 증시 상황이 좋지 않음에도 상장을 서두른 이유로 분석된다.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 IMM프라이빗에쿼티, 베어링PEA 등 FI들은 2012년 대우인터내셔널의 교보생명 지분 24%를 사면서 2015년 9월까지 IPO가 이뤄지지 않으면 신 회장에게 지분을 되파는 풋옵션을 받았다.

당초 약속한 시점까지 IPO가 이뤄지지 않자 투자금을 회수해야 하는 FI들은 지난 10월 신 회장을 상대로 풋옵션 행사를 통보했다. 지난달 말에는 외부 회계법인에 의뢰해 작성한 ‘풋옵션 행사가격 평가보고서’를 교보생명에 제출했다. FI들은 보고서에서 지분 24%의 가치로 약 2조원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내년 하반기 상장으로 투자금을 회수하고 주가가 오르면 차익도 노릴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워 FI를 달래려는 포석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교보생명의 IPO 결정에 대해 FI들은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일단 풋옵션을 유지하면서 협상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계획이다. 한 FI 관계자는 “교보생명이 진정성 있게 나온다면 협상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2012년 FI들이 교보생명 지분에 투자할 당시 맺은 계약에 따르면 FI들은 행사한 풋옵션을 철회할 수 있으며 철회한 이후 필요하다면 또다시 반복해서 행사할 수 있다.

M&A 큰손 떠오르나

교보생명 최대주주는 신 회장(33.8%)으로, 특수관계인 지분까지 포함하면 36.91% 수준이다. IPO로 신주가 발행되고 신 회장이 기존 지분 비율만큼 신주를 매입하지 않으면 지분율은 떨어진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신주 발행 규모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우호적 투자자 지분까지 더하면 신 회장 경영권에는 영향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교보생명은 이번 상장을 계기로 디지털 혁신 등 신규 사업 분야 투자를 늘려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보험업계에선 교보생명이 2020년 하반기부터 중소형 및 인터넷 보험사 등을 인수하는 등 인수합병(M&A) 시장의 ‘큰손’으로 떠오를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지난해 금융당국으로부터 자살보험금 미지급과 관련해 제재를 받은 교보생명은 2020년 5월까지 3년간 M&A를 할 수 없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30여 년 만에 상장을 공식화하는 승부수를 던진 신 회장이 앞으로도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강경민/서정환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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