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저장성 이우에서 섬유업체를 운영하는 딩펑밍 사장은 최근 공장 설비에 거액을 투자했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무역전쟁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그는 중국 경제주간 경제관찰보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수출이 전체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가운데 관세가 25% 부과되면 가격 경쟁력을 유지할 방법이 없다”며 “인건비를 줄여 전체 생산비를 떨어뜨리기 위해 설비를 업그레이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미·중 무역전쟁은 많은 중국 제조업체에 압박을 주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인건비는 매년 상승하는 가운데 관세가 추가로 부과되면 미국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잃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경제관찰보는 설비 투자에 나서는 기업은 그나마 여력이 있는 곳들이라고 보도했다. 많은 기업은 공장을 베트남, 인도 등지로 이전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공장을 그대로 두고 법인을 홍콩으로 옮기거나, 제품 대부분을 중국에서 만든 뒤 베트남에서 마지막 단계를 가공하는 방법으로 원산지를 중국 이외 지역으로 바꾸는 방법도 고민하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초기 투자비가 만만치 않아 선택하기 쉽지 않다.

미·중 무역전쟁 이전에 사업이 크게 악화된 사업주들은 이 기회에 기업을 정리하려는 곳도 많다. 한 한국 기업인은 “광둥성 진장 등 공업도시에는 기업 가동률이 떨어지며 출퇴근 시간 길거리 사람들도 눈에 띄게 줄었다”고 전했다.

기업 관련 보조금 및 융자를 받은 기업은 손해가 나는 가운데에서도 이를 상환할 방법을 찾지 못해 공장 가동을 지속하고 있다. 경제관찰보는 “공장을 자식처럼 생각해온 기업가가 많아 사업에 대한 감정과 직원에 대한 책임감 때문에 공장 문을 차마 닫지 못하는 사례도 많다”고 전했다.

선전=노경목 특파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