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준(좌)·장하석(우)
장하준(좌)·장하석(우)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경제학과 교수가 “소득주도성장은 임시방편”이라며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을 비판했다.

장 교수는 최근 영국 주재 특파원들과의 인터뷰에서 “저소득층은 소비성향이 높아 소득주도성장이 단기적으로 효과를 낼 수 있는 부분이 있지만 기본적으로 소득주도성장은 대증요법”이라고 말했다. 그는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사촌동생이다.

장 교수는 “몸이 약해졌으니 소득주도성장이라는 영양제 주사를 하나 놔 준 것인데 이후 운동도 하고 식생활도 개선해야 몸이 건강해진다”며 “그런데 소득주도성장만 강조하고 경제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는 얘기는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근본적으로 자동차와 조선 같은 주력 산업의 일자리가 무너지고 신산업을 키우지 못해 우리 경제가 어려워졌다”며 “경제 체질이 약해져 일자리가 안 만들어지는 것인데 최저임금 인상에 집착하는 것은 변죽 울리는 소리”라고 날을 세웠다.

그는 “우리 주력 산업이 모두 중국에 따라잡히고 있고 우리 기업들은 경영권 방어나 배당에 드는 비용 때문에 장기 투자를 못하고 있는 상황을 국가 비상사태라고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중국이 생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한국을 따라잡았는데 정부는 재벌 규제에 갇혀 신산업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 교수는 “글로벌 스탠더드라는 이름으로 미국 경영학 이론을 그대로 가져오기보다는 진영논리를 뛰어넘어 한국 상황에 맞는 정책을 써야 한다”고 덧붙였다.

장 교수 동생인 장하석 케임브리지대 과학철학 석좌교수는 “과학자까지 전 정권 사람이란 이유로 자리에서 물러나는 황당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케임브리지=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