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원F&B, 美비욘드미트 독점계약…내년 초 판매
콩·버섯 등 식물성 단백질로 배양…형태까지 재현
푸드테크의 총아
세계 95억명 인구 먹여 살릴 미래 식량 각광
진짜 고기보다 단백질·철분 많고 콜레스테롤은 낮아
제이영헬스케어는 '콩고기' 기술 확보 내년 햄·소시지 판매
100% 식물성 단백질로 만들었지만 고기와 거의 똑같은 맛을 내는 ‘비욘드미트’가 한국에 상륙한다. CJ제일제당, 신세계푸드 등 종합식품기업이 눈독들이던 이 시장에 가장 먼저 깃발을 꽂는 건 동원F&B다.
동원그룹 고위 관계자는 9일 “미국 대체육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비욘드미트와 지난달 독점 공급계약을 맺고, 내년 초 정식 유통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비욘드버거(패티), 비욘드치킨스트립, 비욘드비프크럼블 등 3종을 우선 공급한다. 비욘드미트는 콩, 버섯, 호박 등에서 추출한 식물성 단백질을 효모, 섬유질 등과 배양해 고기의 맛과 형태, 육즙까지 재현한 대체육을 생산한다. 2009년 설립돼 빌 게이츠, 리어나도 디캐프리오 등 유명 인사와 미국 최대 육가공 업체 타이슨푸드의 투자를 받았다. 동원F&B는 미래 식량으로 주목받고 있는 대체육 시장을 선점하고 장기적으로 이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확보하겠다는 로드맵을 세웠다.
식물성 고기…대체육은 왜 뜨나
고기 없이 만드는 고기, 즉 대체육 시장은 미국에서 약 7~8년 전부터 형성됐다. 대체육이 등장한 배경에는 인구 증가가 있다. 유엔식량농업기구에 따르면 세계 인구는 2050년엔 지금보다 20억 명 증가한 95억 명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매년 2억t 이상의 육류 단백질이 추가로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현재의 공장식 축산 방식으로는 환경 오염과 동물 학대 등의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건강상 또는 도덕적인 이유로 채식주의자(비건)가 된 사람에게도 대체육은 반드시 필요한 영역이다.
이 때문에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은 일찌감치 식품과 기술을 결합한 ‘푸드 테크’에 주목했다. 대체육 시장은 △곤충식품 △식물 기반의 대체육 △줄기세포 등을 활용해 축산·도축을 하지 않는 배양육 등 세 분야로 나뉜다.
이 중 가장 활성화된 시장은 식물 기반의 대체육 시장이다. 곤충은 혐오감 때문에 성장이 더디고, 줄기세포 배양육은 가격이 높아 아직 상용화되지 못했다. 닭 없이 달걀을 만드는 ‘햄튼크릭’, 식물의 헤모글로빈을 추출해 식물성 고기를 생산하는 ‘임파서블푸드’, 동물 줄기세포를 근육조직으로 분화시켜 고기를 배양하는 ‘멤피스미트’ 등이 시장을 이끌고 있다. 지난해 세계 대체육 시장 규모는 42억달러였지만 2025년엔 75억달러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육즙·향·식감 살린 ‘고기 없는 고기’
"나는 원래 쉽게 속지 않는 사람인데, 한입 먹는 순간 진짜 치킨의 맛과 식감을 느꼈다" 빌 게이츠 비욘드미트는 기존 식물성 고기로 알려진 콩고기와는 전혀 다르다. 콩고기는 콩을 갈아 글루텐으로 굳힌 것. 비욘드미트는 일반 고기에 비해 철분, 단백질은 많고 포화지방과 콜레스테롤은 매우 낮다. 식감과 맛, 향, 육즙까지 고기와 비슷하다. 또 항생제를 사용하지 않고 환경호르몬이 없어 안전성도 담보된다. 빌 게이츠는 비욘드미트를 맛본 뒤 “나는 원래 쉽게 속지 않는 사람인데, 한입 먹는 순간 진짜 치킨의 맛과 식감을 느꼈다”며 “차이를 전혀 알 수 없는 고기 대체품 그 이상이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동원F&B가 출시하는 대표 제품은 소고기맛 햄버거 패티 ‘비욘드버거’다. 2016년 출시돼 지금까지 2500만 개 이상 팔렸다. ‘비욘드치킨스트립’은 큼직한 순살치킨 형태로 맛과 식감이 구운 닭고기와 비슷해 샌드위치나 샐러드 등에 쓰인다. ‘비욘드비프크럼블’은 소고기를 잘게 다져 밑간을 한 형태의 제품으로 토마토소스 등에 버무려 파스타나 샌드위치를 만들기 좋다. 동원 관계자는 “건강을 중시하고 환경, 미래를 생각하는 밀레니얼 세대의 식문화를 감안하면 국내에서도 대체육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전통 축산업 위협할까
비욘드버거 가격은 미국에서 일반 소고기버거보다 2달러 정도 비싸다. 채식주의자가 아니더라도 건강과 환경을 생각하는 소비자에게 2달러는 큰 비용이 아니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인류의 ‘육식 역사’를 뒤집어 놓는다는 점에서 ‘궁금증에 의한 소비’도 적지 않다.
대체육은 바이오 분야 투자로 이어지고 있다. 바이오벤처기업 제이영헬스케어는 콩 단백질 구조를 자르고 붙여서 소나 닭 돼지 칠면조 등 원하는 육류의 원하는 분위로 변형시키는 압출 성형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 헤리티지헬스푸드에서 관련 기술을 이전받았고, 아시아 시장 판권도 확보했다. 회사 관계자는 “조만간 헤리티지헬스푸드의 햄과 소시지, 버거 패티 등을 들여와 직접 판매할 예정”이라며 “전문 레스토랑을 열고 도시락 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체육이 채식주의자를 위한 시장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식물성 단백질의 핵심 가치는 ‘채식’이 아니라 ‘고기’에 방점이 있다”며 “고기를 먹기 위해 축산을 해야 하고, 축산으로 환경이 훼손되는 데 죄책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지속가능한 식품 소비를 위한 하나의 카테고리로 대체육 시장을 바라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글로벌 시장 조사 업체 유로모니터인터내셔널은 3일 ‘2018 세계 가공식품 시장 분석 과 2023년 전망’을 발표했다.유로모니터에 따르면 ‘레디밀(즉석밥, 냉장·냉동 안주류 제외)’과 즉석 국·탕·찌개류 등을 포함한 올해 세계 HMR 시장 규모는 1251억달러(약 138조9500억원)로 추산됐다. 유로모니터는 5년 뒤인 2023년 HMR 시장이 1398억달러(약 155조2758억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세계 HMR시장은 건강과 관련된 시장 성장이 두드러진 것으로 분석됐다. 유기농과 저염, 저지방, 글루텐프리, 비건 제품을 포함한 건강관련 레디밀 시장은 지난해 98억달러에서 올해 102억 달러 규모로 예상된다. 미국을 포함해 일본, 대만, 싱가포르 HMR 시장에서는 샐러드 간편식 판매 비중이 빠르게 증가했다. 국내 HMR 시장 규모는 올해 기준 19억4100만 달러(약 2조1558억원)로 예상됐다. 이는 2011년 대비 두 배 가까이 성장한 규모다. 냉장 냉동 안주류와 육가공품 시장을 더하면 이 시장 규모는 더 커질 전망이다. 문경선 유로모니터 식품&영양 부문 수석 연구원은 “가정에서 간편하게 데워먹을 수 있는 냉장·냉동 안주 시장은 최근 가장 빠르게 규모를 확장한 시장으로 2011년 이후 약 20배 성장했다“고 말했다.지난 5년간 한국 HMR시장의 성장동력은 편의점 도시락으로 대표되는 냉장 레디밀 시장이었다. 유통과 물류 혁신, 인터넷 유통의 발달로 1~2인 가구와 싱글족의 수요를 끌어올린 것으로 분석됐다.미래 성장동력으로는 냉동 가정간편식, 즉석 국·탕·찌개류인 수프 시장이 꼽혔다. 기존 1인가구, 싱글족 위주였던 HMR 시장의 주요 소비자층이 편리한 삶과 가족의 입맛과 건강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밀레니얼 세대, 주부로 변화하면서 시장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는 분석이다. 유로모니터는 2023년 한국 HMR 시장 규모를 33억8000만 달러대(약 3조7552억원)로 전망했다.HMR시장을 시작-확장-성숙-발전 등 4단계로 나눈다면 일본과 미국, 영국은 4단계인 발전 단계에 있고 한국은 2단계와 3단계 중간에 있다는 게 유로모니터의 분석이다. 성숙과 발전 단계에 진입하려면 보다 세분화된 소비자 취향을 고려한 제품이 출시되어야 한다는 분석이다. 이희은 유로모니터 선임연구원은 “국내 온라인 시장에서 식품 유통 비중은 18%로 세계 평균인 7%에 비해 높은 편”이라면서 “소비자에 대한 세분화된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동원그룹은 5일 포장재 제조 계열사인 테크팩솔루션의 새 대표이사에 서범원 동원시스템즈 신사업추진단장(전무·60)을 선임했다. 서 신임 대표는 동국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두산제관에 입사해 근무하다 B&S글로벌을 거쳐 2014년 테크팩솔루션으로 자리를 옮겼다. 35년간 포장 분야에서 일해왔다.동원은 또 사료 계열사인 동원팜스 단독 대표이사로 정춘오 신사업부문 대표(전무·58)를 선임했다. 정 신임 대표는 서울대 축산학과를 졸업하고 삼양사와 제일사료 등에서 30년 동안 사료 분야에 종사했다. 지난해 동원그룹에 합류해 동원팜스 신사업부문 대표를 맡아왔다.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
자산운용사 등 주요 기관투자가가 연말을 앞두고 포트폴리오 재조정에 들어가 관련주의 주가 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부 종목의 기관 지분율 급락은 국민연금의 위탁운용사 교체 작업과 관련이 깊다는 분석도 나온다.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전날 에이비엘글로벌자산운용은 CJ프레시웨이, AJ렌터카, SK디앤디, S&TC, HSD엔진 등 종전에 5% 이상 지분을 갖고 있던 5개 종목의 자사 지분율이 모두 0%가 됐다고 공시했다. 에이비엘운용의 공시 영향으로 CJ프레시웨이(-2.90%) SK디앤디(-2.28%) 등은 이날 주가가 2% 이상 하락했다. 에이비엘운용의 지분율 급변은 지난달 2일 ‘일임계좌 해지에 따른 주식이체’ 등의 이유로 한꺼번에 이뤄졌다. 금융투자업계는 이번 변동이 지난달 초 국민연금이 단행한 국내주식 위탁운용사 자금 회수 작업에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국민연금은 33개 위탁운용사 중 성과가 부진한 곳에서 자금을 빼내 성과가 좋은 상위 운용사로 옮기는 작업을 벌였다.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국민연금으로부터 자금운용을 위탁받은 운용사가 특정 종목을 5% 이상 보유하게 될 경우 국민연금과 별개로 운용사 명의로도 대량 보유 공시를 한다”며 “국민연금이 운용사에서 자금을 회수하면 해당 종목 주식은 현물 형태로 다른 운용사로 옮겨진다”고 설명했다.반면 지난달 KB자산운용 등 일부 운용사는 대량보유 공시 종목의 지분율을 대거 늘렸다. KB자산운용은 모두투어(5.35%→8.13%), 동원산업(9.35%→12.19%), 게임빌(9.17%→11.89%), SK디앤디(5.03%→8.42%) 등 종목의 지분을 늘렸다. 크리스에프앤씨(5.17%)와 롯데관광개발(5.09%) 등은 새로 5% 이상 지분율을 확보했다.이 밖에 베어링자산운용은 지난달 윈스와 대덕전자 지분율이 5%를 넘겼다고 공시했다. 신영자산운용은 한전KPS를 5% 이상 확보했다. DB자산운용은 제주은행 지분율을 7%에서 4.33%로 줄였다.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