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내년 1월1일 출범 20년을 맞는 유로화가 ‘집안 문제’로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내년 유럽 금융시장을 뒤흔들 변수로는 3월로 예정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와 이탈리아의 대규모 적자예산 편성을 지목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내년에 국내총생산(GDP) 대비 1.9~2%에 달하는 적자예산안 편성을 고려하고 있다. 당초 GDP 대비 2.4% 규모 적자예산을 짜려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사상 최초로 특정 국가의 예산안 수용을 거부하면서 한 발짝 물러섰다. 그럼에도 이탈리아발(發) 재정위기가 유럽을 강타할 수 있다는 우려가 여전하다. 이탈리아는 불과 몇 년 전만해도 재정위기로 나라가 흔들렸고, 여전히 GDP 대비 국가부채(131%)가 EU 회원국 중 두 번째로 높다. 이에 따라 전임 정부는 예산 편성 때 GDP 대비 재정적자를 0.8% 이내로 묶는 ‘긴축정책’을 폈다. 하지만 현 정부는 이와 정반대로 ‘재정위기 속 확장정책’을 펴고 있다. 이탈리아 예산이 EU에서 우려를 불러일으키는 이유다.

이코노미스트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3대 경제대국인 이탈리아가 위기에 빠지면 유로화 프로젝트에도 큰 구멍이 뚫릴 것”이라며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내년 가을 기준금리 인상을 계획하고 있는 만큼 (유로존이) 더 위험해질 수 있다”고 전했다.

브렉시트도 금융시장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영국이 EU와 합의 없이 EU를 탈퇴하는 ‘노딜 브렉시트’는 영국은 물론 유럽 경제에 심각한 피해를 줄 것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분석했다.

유로화 전망도 불투명하다. EU 집행위는 유로화를 미 달러화와 맞먹는 기축통화로 만들기 위해 ‘역내 금융거래 시 유로화 사용을 확대하라’고 회원국에 요구할 방침이다. 에너지, 원자재, 항공기 제조 등 전략 부문이 1차 대상이다. 하지만 유로화가 달러화 같은 기축통화가 되긴 쉽지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EU 국가 간 경제 격차가 큰 탓에 단일 국가 통화와 같은 안정성이 부족해서다.

이코노미스트는 “(잘사는) 북유럽 국가들은 (상대적으로 못사는) 남유럽 국가들이 낭비로 위기에 빠졌을 때 (적자를) 공동으로 책임지지 않을까 경계하고 있다”고 전했다. 유럽 국가 간 ‘불화’가 유로화 위상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코노미스트는 프랑스에 대해선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연금·노동시장·세제개혁 등에서 ‘마크롱식 개혁’의 효과를 입증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개혁에 대한 불만이 ‘노란 조끼’ 집회로 표출되고 있는 만큼 개혁이 국민 삶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국내 긴장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