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탈(脫)원전 정책 추진에 따라 재무 부담이 커지는 만큼 전기요금을 올릴 필요가 있다고 한국전력이 밝혔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사업보고서를 통해서다.

7일 한전이 김삼화 바른미래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한전은 미국 증시당국에 보낸 2017회계연도 연차보고서에서 “탈원전 및 에너지전환 정책으로 재무적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명시했다. 1994년 뉴욕증시에 상장한 한전은 매년 사업보고서를 미국에 공시할 의무가 있다.

보고서는 “다양한 환경 규제 및 정부 시책의 영향을 받고 있는데, 상당한 정책이행 비용과 운영상 책임을 초래할 수 있다”며 “이런 비용 부담에 상응하는 수준의 전기요금 인상을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한전은 환경 규제 및 정부 시책의 주요 사례로 작년 말 수립한 ‘재생에너지 3020 계획’(2030년까지 현재 7%인 태양광·풍력 등 재생발전 비중을 20%로 확대)과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RPS) 등을 들었다.

보고서는 “한국에서 원자력은 전체 발전 비중의 26.8%를 차지할 정도로 큰 두 번째 에너지원이며 발전 비용 역시 획기적으로 낮다”며 “하지만 안전 강화 및 점검 등의 이유로 2017년에 원전 가동이 자주 중단됐다”고 설명했다. 정부 정책 변화에 따른 비용부담 가중과 관련, 보고서는 “정부가 전기요금을 적기에 충분한 수준으로 올릴 것인지에 대해 확신할 수 없다”며 “이 경우 한전과 자회사들의 운영 및 재무 상황에 실질적이고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서술했다.

한전이 올 1~9월 부담한 RPS·ETS(탄소배출권거래제도) 등 정부 정책비용은 1조7380억원에 달했다. 이미 작년 총액(1조5443억원)을 넘어선 수치다. 전체 전력 구입비 중 정책비용 비중은 4.4%로, 작년(3.3%)보다 1.1%포인트 상승했다.

김 의원은 “한전이 해외에서 에너지전환 정책의 재무적 부담을 언급하고선 그동안 적자 원인이 탈원전과 무관하다는 태도로 일관해 왔다”며 “정부와 한전은 탈원전 정책으로 전기요금이 인상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솔직하게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