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진출 가속페달 밟는 정용진…이번엔 현지 슈퍼체인 인수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사진)의 미국 유통시장 공략이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9월 프리미엄 그로서란트(그로서리+레스토랑) 매장 ‘PK마켓(가칭)’의 미국 진출을 위해 로스앤젤레스(LA) 번화가의 빌딩을 임대한 이마트가 이번엔 현지 유통기업을 약 3242억원에 전격 인수하기로 했다.

이마트가 7일 이사회를 열어 인수를 의결한 굿푸드홀딩스는 3개의 프리미엄 슈퍼마켓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프리미엄 식품과 그로서란트 매장으로 미국 중산층 이상 소비자를 공략하겠다”고 공언한 정 부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인수합병(M&A)인 셈이다.

이마트는 이로써 PK마켓이 문을 여는 내년 하반기엔 4개 브랜드, 25개 매장을 앞세워 미국 서부 지역에서 프리미엄 슈퍼마켓 사업을 본격화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이번 인수에는 PK마켓만으로 미국 시장을 제대로 공략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이마트는 20~40년간 현지에서 프리미엄 슈퍼마켓 사업을 운영해온 유통기업을 인수해 현지에서 구매, 물류, 판매, 배송 등에서 단숨에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이마트가 굿푸드홀딩스의 현 경영진을 유임시키기로 한 배경이다.

이마트가 인수하는 굿푸드홀딩스는 브리스틀 팜스, 레이지 에이커스, 메트로폴리탄 마켓 등 3개 브랜드, 24개 매장을 갖고 있다. LA, 시애틀, 샌디에이고 등 정 부회장이 미국 진출 우선 후보 도시로 꼽은 지역과 정확히 일치한다. 3개 브랜드 매장은 모두 고급스러운 매장에서 프리미엄 식품을 판매해 현지 부유층 소비자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

1982년 문을 연 브리스틀 팜스는 LA 지역에 거점을 두고 있다. 베벌리힐스, 할리우드, 산타모니카, 우드랜드힐스, 패서디나, 샌디에이고 등의 중심가와 부유층 거주지 12곳에 매장을 갖고 있다. 유기농 신선식품에서 강점을 보여온 레이지 에이커스는 샌타바버라, 롱비치, 샌디에이고 등에 5개의 매장을 운영한다. 메트로폴리탄 마켓은 시애틀에 7개 매장을 두고 있다.

이번 인수는 이마트 미국 사업의 연착륙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국내 유통 대기업 중 처음으로 미국 진출을 선언한 이마트는 중산층 이상 부유층을 주 고객층으로 끌어들인다는 전략을 세웠다. 자체 프리미엄 그로서란트 브랜드 PK마켓도 내년 하반기 미국에 첫 매장을 연다.

그로서란트는 식료품점을 뜻하는 그로서리(grocery)와 레스토랑(restaurant)이 결합한 형태다. 신세계는 복합쇼핑몰인 스타필드 하남과 고양에서 그로서란트 매장인 PK마켓을 운영하고 있다.

류시훈/이동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