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IBM, 오라클 등 미 기술 기업 최고경영자(CEO)와 비공개로 만나 주목받고 있다. 인공지능(AI), 양자 컴퓨터, 5세대(5G) 이동통신, 첨단 제조업 등 미래산업 분야에서 미국의 기술 지배력을 확고히 할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서라고 AP통신은 보도했다.

화웨이 ZTE 등 중국 기술 기업에 대한 미 정부의 견제가 이어지는 가운데 열린 이 회의는 트럼프 대통령의 장녀인 이방카 백악관 선임고문이 주선했다. 구글의 순다르 피차이, MS의 사티아 나델라, IBM의 지니 로메티, 오라클의 새프라 캐츠, 퀄컴의 스티븐 몰런코프 등 미국을 대표하는 정보기술(IT) 기업의 CEO들이 참석했다. 1970년대 미·중 수교를 이끌어낸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과 함께 당초 참석 계획이 없었던 트럼프 대통령도 자리를 함께했다.

비공개 회동이었지만, 피차이 CEO는 백악관 회동이 끝난 뒤 “떠오르는 기술 분야에서 미국의 리더십에 대해 생산적이고 매력적인 논의를 했다”고 밝혔다. 첨단 기술이 미국 경제와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IT 매체 시넷은 행정부 관료들을 인용해 “이번 미팅은 백악관이 계획하는 여러 미팅 중 첫 번째”라며 “이번에 빠진 아마존, 애플, 페이스북 등 다른 기업도 향후 초대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날 모임은 미·중 무역전쟁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1일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90일간 휴전’에 합의했다. 당초 내년 1월로 예정됐던 2000억달러어치 중국 제품에 대한 관세율 인상(10%→25%)을 90일간 보류하는 대신 이 기간에 협상을 벌여 미국 기업에 대한 중국의 기술이전 강요와 기술절도 등 불공정 무역관행을 해소하기로 했다.

하지만 미·중 갈등은 패권전쟁 성격이 강하고 그 핵심엔 기술 전쟁이 깔려 있다.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려운 구조다. 미국은 화웨이 창업자의 딸인 멍완저우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이란 제재 위반 혐의로 캐나다에서 체포해 중국의 기술 굴기를 견제하겠다는 뜻을 명확히 했다. 세계 1위 통신장비 업체인 화웨이는 중국 기술 굴기를 상징하는 기업으로, 런정페이 창업자 겸 회장은 인민해방군 출신이다.

이방카 선임고문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 기술 기업 경영자들의 백악관 회동을 주선한 데 이어 워싱턴DC에서 열린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이라는 혁신포럼에도 참석해 미 기업들과 머리를 맞댔다. 그는 “혁신은 언제나 긍정적”이라며 “혁신으로 영향을 받는 사람들이 새로운 일자리를 가장 빨리 구할 수 있도록 (재교육) 하는 게 우리가 할 일”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