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수소충전소, 글로벌 곳곳에 등장
-수소기반 사회, 에너지 독립을 꿈꾸다

1978년 이란이 석유 수출을 전면 중단했다. 덕분에 배럴당 13달러였던 원유 가격은 단숨에 20달러를 넘었고, 1980년 이란과 이라크 간의 전쟁이 벌어지자 30달러로 뛰었다. 뒤 이어 1981년 사우디아라비아가 석유의 자원무기화를 선언하자 39달러로 치솟았다. 이른바 2차 석유 파동이다. 물론 이후 기름 값은 등락을 반복하되 추가 '쇼크'로 연결되지는 않았다. 2000년 후반 투기세력 가담으로 다시 가파르게 올랐지만 셰일가스 등의 대체석유가 등장하면서 제자리로 돌아왔다.

그런데 문제는 기름 값이라는 게 언제든 다시 오를 수 있다는 점이다. 오로지 기름을 팔아 국가 경제를 유지하는 중동 산유국에게 석유는 유일한 돈 벌이 수단이기 때문이다. 많이 벌고 싶으면 생산을 줄여 유가를 높이면 된다. 굳이 줄이지 않아도 정치적인 문제로 갈등이 벌어지면 폭등 조짐이 보이기도 한다. 다시 말해 우리 의지와 전혀 관계없이 중동의 정세와 종교 갈등이 석유 가격을 결정짓는다.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봉쇄 언급만 나와도 기름 값이 널뛰는 배경이다.

그래서 어떻게든 중동의 석유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수입선 다변화를 추구했다. 중동에서도 사오고 남미, 러시아 등지에서도 석유를 사왔다. 중동의 수입이 막혔을 때 대안을 찾아야 했다. 그러나 중동의 산유량이 워낙 많아 수입을 100% 바꿀 만한 공급이 없는 게 현실이다. 그래서 여전히 중동 지역의 석유 의존도는 높다.

이런 가운데 한편에선 수송 부문의 배출가스를 줄이자는 움직임이 전개됐다. 한 마디로 기름 사용 줄이자는 목소리다. 이동(Mobility)에서 에너지를 줄이는 방법은 크게 ℓ당 주행거리를 늘리는 것과 전체 주행거리를 감축시키는 방안이 추진됐다. 예를 들어 승용차 한 대의 연간 1만3,000㎞ 평균 주행을 1만㎞로 줄이는 것과 ℓ당 10㎞ 가던 효율을 12㎞로 높이는 식이다. 그럼 기름 사용은 얼마나 줄어들까? 단적인 예로 1ℓ에 10㎞를 주행하는 중형 세단이 연간 1만3,000㎞를 주행할 때 필요한 휘발유는 1,300ℓ다. 그런데 효율을 20% 높여 12㎞에 이르면 필요 기름은 1,083ℓ로 217ℓ가 줄어든다. 그리고 ℓ당 10㎞의 중형 세단의 연간 주행거리를 1만3,000㎞에서 1만㎞로 낮추면 필요 연료는 300ℓ가 감소한 1,000ℓ 정도면 된다. 두 가지를 병행하면 833ℓ가 소요되니 467ℓ가 절감되는 효과가 나타난다. 정부가 대중교통망을 촘촘하게 구성하고, 자동차회사가 효율을 높이는데 집중한 배경이다.
[하이빔]물에서 연료 뽑는 차, 현실이 되다

그런데 줄이는 것도 모자라 수송 부문에서 기름을 아예 쓰지 말자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탄소 기반의 화석연료를 태울수록 지구는 뜨거워지고, 머플러를 통해 배출되는 가스 속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먼지가 포함돼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등장한 동력원이 전기다. 정부가 나랏돈을 써가며 전기차 보급에 나선 것도 결국은 국민의 건강권을 지키기 위해서다.

하지만 전기차 또한 눈속임에 불과하다는 주장이 끊이지 않는다. 해외에서 가져 온 기름 또는 석탄 등의 탄소 자원을 태워 전기를 만들어내고 있어서다. 이를 두고 자동차에 직접 쓰는 것이나 화력발전소에 사용하는 것이 다를 바 없다는 목소리가 계속됐다. 그러자 어차피 화력발전소 비중을 낮추지 못할 바에는 차라리 전기를 저장해 놓고 쓰자는 움직임이 고개를 들었다. 배터리에 전력을 넣어 두고 필요할 때 꺼내 쓰는 것은 차이가 없어서다. 발전소가 한가할 때 전기를 만들어 배터리에 저장하고 필요할 때 쓰자는 아이디어는 '에너지저장장치(ESS, Energy Storage Saver)' 사업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화력발전이 계속되는 한 수송 부문에서 '전동화(Electrification)'에 대한 문제 제기는 결코 끊이지 않는다. 석유와 석탄이 전기로 바뀌고, 에너지 효율이 조금 오를 뿐 발전소의 굴뚝 연기는 멈출 수 없어서다.

그러자 수소(Hydrogen)가 등장했다. 수소와 산소의 반응성이 뛰어나고, 반응할 때 전기가 만들어진다는 점을 주목했다. 석유와 석탄을 태우는 화력, 방사능 위험이 있는 원자력을 쓰지 않고도 물(H2O)과 태양만 있으면 얼마든지 수소를 만들어 낼 수 있음을 주목했다. 태양광으로 만든 전력을 그대로 구동에 사용하는 게 가장 좋지만 전력은 장시간 저장이 어렵다는 점에서 물 분해에 사용하고, 이 때 추출된 수소를 비축해 사용하는 이른바 독립형 또는 스마트 수소 충전소다. 물론 부생수소에 비해 생산 비용이 여전히 비싸고, 에너지 효율은 전력의 직접 생산 및 사용 과정에 비해 떨어지지만 에너지의 순환성과 저장성, 그리고 배터리에 들어가는 소재 또한 언젠가는 고갈될 지하자원이라는 점을 들어 수소가 바꾸려는 산업 사회는 단순히 이동 수단의 친환경이 아니라 완전한 에너지 독립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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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수소 기반의 산업사회를 만든다는 것은 크게 세 가지 목적이 담겨 있다. 불안한 중동 정세에 따라 기름 값이 결정되는 외부 변동성을 미래에 제거하고, 화석 및 원자력 발전을 대체해 근본적으로 국민의 건강권을 지키며, 이미 화석연료 등의 에너지 저장을 위해 사용되는 공간을 다른 용도로 활용하자는 것이다. 따라서 수소 산업은 5년 또는 10년이 아니라 오랜 시간 지속되는 장기 프로젝트가 될 수밖에 없다. 추가적인 논란이 있지만 석유가 나지 않는 국가를 중심으로 수소 사회로 나아가려는 것 또한 결국 국가의 에너지 자립과 무관치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한국은 인프라가 갖춰지기 전 이동 수단이 먼저 등장했을 뿐이고, 일본은 인프라가 조금이나마 형성된 후 '탈 것' 또는 '이동 수단'이 등장한 게 차이일 뿐이다. 수소 전기차가 어느 날 갑자기 툭 튀어 나온 '갑툭튀'는 아니라는 의미다.

권용주 편집장 soo4195@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