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고액·상습체납자 공개

체납액 5.2兆…개인 최고 250억
부동산 매매로 상당한 차익을 얻은 A씨는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으려고 수표 17억원을 몽땅 현금으로 바꿨다. 그가 조금씩 현금으로 인출하기 위해 돌아다닌 은행만 44곳에 달했다. 국세청이 추적 끝에 찾아낸 돈은 엉뚱하게도 A씨 사위 명의의 대여금고에 있었다. 압수·수색영장을 통해 대여금고를 뒤지자 현금 1억6000만원과 100달러짜리 미화 2억원어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세금 낼 돈 없다더니…장롱 속 골드바·수표다발 쏟아져

수억원의 세금을 장기 체납한 B씨 역시 은행 거래를 의도적으로 회피했다. 적발되기 쉽다는 이유에서다. 가택 수색 결과 그의 옷장 속 양복 안에 수표 180장(1억8000만원)이 들어 있었다. 대여금고엔 현금 5억여원도 있었다. C씨는 거실에 비밀 수납장까지 둬 현금 7000만원과 1억6000만원 상당의 골드바, 명품시계 등을 숨겼다가 들통났다.

국세청이 2억원 이상의 세금을 1년 넘게 내지 않은 ‘악성’ 상습 체납자 7157명의 명단을 5일 공개했다. 이들이 내지 않은 세금만 5조2440억원으로 집계됐다.

최고 체납액 기록은 정평룡 전 정주산업통상 대표(42)로, 부가가치세 250억원을 내지 않고 있다. 정주산업통상은 유연탄 수출입 회사다. 고사례 씨(80)와 정효현 씨(68)는 부동산 등의 양도세 181억원과 149억원을 체납했다. 귀금속 도매업체 삼호인터내셔널의 최삼환 전 대표(50)는 148억원에 달하는 부가세를 내지 않고 버티고 있다. 정주산업통상과 삼호인터내셔널은 법인 체납 부문에서도 각각 3위(180억원)와 4위(148억원)에 올랐다.

이번 체납 공개 대상엔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에게서 100억원의 부당 수임료를 챙겼다가 수감된 최유정 변호사가 포함됐다. 종합소득세 등 68억7000만원의 세금을 내지 않았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양도세 등 30억9000만원을 체납했다.

국세청은 올 들어 총 1만3233명에 대해 출국금지 요청을 했고, 206명을 체납처분 면탈범으로 형사 고발했다. 구진열 징세법무국장은 “체납자 재산을 제보한 신고자에게 최대 20억원의 포상금을 지급하고 있다”며 “납부 여력이 있는데도 재산을 숨기고 호화 생활을 하는 고액·상습 체납자를 끝까지 추적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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